"장점이 사라졌다"…모두가 믿지 않은 은퇴, 강로한에겐 다음 목표가 생겼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아이들을 예의가 바른 선수로 이끌겠습니다"

강로한은 지난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 전체 68순위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초기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군 복무를 마친 뒤 재능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1군 출전히 8경기에 불과했던 강로한은 2019년 무려 104경기에 나서며 69안타 4홈런 7도루 타율 0.240로 깜짝 활약을 펼쳤다.

롯데는 운동 신경이 뛰어난 강로한의 활용폭을 넓히기 위해 '외야 겸업'이라는 임무를 제공했고, 호주 질롱코리아에서 본격 실전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로한은 1군에서 16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고,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올해까지 3년간 이어졌다.

무수히 많은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성적은 뒤따르지 않았다. 주변의 조언을 깊게 새기며 단점을 보완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장점이 사라지고 말았다. 올 시즌 초부터 거취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던 강로한은 오랜 고심 끝에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고, 1일 롯데의 보류 명단에서 제외돼 현역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강로한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어린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며 "사실 지난해부터 제안이 왔었다. 내년에도 예년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9시즌 이후 줄곧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강로한은 "2019년에 많은 경기에 나갔었다. 당시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운동을 많이 했다. 타격 폼에도 손을 많이 댔다. 그러다 보니 장점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후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 됐다. 장점을 극대화시켰으면 됐는데, 단점을 메우려다 보니 장점마저 사라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후회는 없지만, 유니폼을 벗는 결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어느덧 나이가 30대더라.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는데, 구단이 이를 기다려줄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생각이 많았다. 은퇴를 결정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설명했다.

은퇴를 고심하던 시기 동료들에게 고충을 털어놓지는 않았을까. 강로한은 "은퇴 의사는 약 한 달 전 구단에 전달했다"며 "(최)민재, (이)호연이, (안)중열이 등 가깝게 지냈던 동료들이 '야구를 그만 둘 것'이라고 말했을 때 모두 장난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구단에 이야기하는 날까지도 '가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정말 장난인 줄 알았나 보더라. 동료들이 많이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고심한 시간은 길었지만, 팬들에게 강로한의 은퇴는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이에 팬들을 향한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응원도 많이 해주셨는데, 그에 비해 좋은 플레이를 많이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 롯데 유니폼을 벗어도 야구를 하고 있을 테니 언젠가는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들었던 롯데의 유니폼을 벗게 된 강로한은 이제부터 본격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그는 "솔직히 걱정 반, 기대 반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면 보람을 느낄 것 같다"며 "일단 야구 선수를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다. 아이들이 야구를 잘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예의가 바른 선수로 이끌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강로한.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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