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동원병 엄마들 만나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실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BBNews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됐다가 사망한 병사의 어머니를 만난 자리에서 “사람은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동원병 어머니들을 만난 자리에서 병사의 생명을 중시하지 않는 것처럼 들리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동원병 어머니들 17명을 모스크바 외곽에서 만나 “우리는 당신들의 고통을 공유한다”고 위로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동원병들의 어머니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 장기화에 대한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면담은 러시아 국영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푸틴 대통령은 “어머니들에게 어떤 것도 아들을 잃는 것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위로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전쟁에 사망한 병사의 어머니에게 “우리 모두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것이고 모두 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살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어떤 사람들은 보드카 때문에도 죽지만 그들의 삶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아드님은 목표를 이뤘고 헛되이 죽지 않았다”고 했다.

사망자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한 차원의 말이었지만 병사의 죽음을 어쩔 수 없는 일로 표현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전쟁 병력 동원의 장기화,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군인 가족으로 구성된 반전 단체 ‘아내와 어머니 위원회’는 이번 행사와 관련해 단체 내에서 초대된 가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번 행사에 초대된 어머니들도 사전에 조율된 ‘올바른’ 질문만 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연출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러시아 내부에서는 병사 혹은 그들의 가족들이 러시아 군의 저조한 사기, 열악한 장비 등을 비난하는 내용을 촬영한 동영상들이 다수 온라인 공간에 공유되고 있다.

미 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지난 25일 트위터를 통해 지난 9월 푸틴 대통령이 발동한 예비군 동원령 때 소집된 러시아 군인들의 상황을 전했다.

영국 국방부는 예비군들이 제대로 된 훈련이나 장비를 받지 못한 채 전투에 투입되고 있고, 의료 서비스 여건이 마땅치 않아 일부 부상 군인들이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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