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고 싶을 정도로"…'훈련광' 이승엽 사로잡았다, 내년엔 다른 두산?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말리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열심히 했다"

이승엽 감독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곰들의 모임' 이벤트를 통해 두산 베어스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팬들과 마주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승엽 감독을 비롯해 두산 선수단은 팬들 사인회를 통해 팬들과 교감했고, 오후 1시부터는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와 경기를 가졌다.

지난 7년간 KBO '최초'로 한국시리즈(KS) 무대를 꾸준히 밟아왔던 두산은 올해 60승 2무 82패 승률 0.423, 정규시즌을 9위로 마쳤다. 여러 톱니바퀴가 맞물리지 않은 결과는 참혹했다. 두산은 시즌이 끝난 뒤 재정비에 돌입했고, 이승엽 신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두산은 그동안 '마무리캠프'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달 17일부터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했다. 주전급 선수를 대거 포함한 마무리 훈련은 약 한 달 동안의 일정을 끝으로 지난 19일 마침표를 찍었다.

'지도자'로서 첫 마무리캠프를 지휘한 이승엽 감독은 굉장히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정말 열심히 했다.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던 선수들 대부분은 어린 선수였다. 1군에 자리가 정해진 선수보다는 왔다 갔다 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승엽 감독은 부임 이후 굉장히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했다.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선수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많은 훈련량에 혀를 내둘렀다. 올해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심산. 그러나 두산 선수단은 코칭스태프의 지시보다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할 정도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이승엽 감독은 "정말 선수들을 말리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열심히 임해줘서 만족한다. 연습량만 많이 가져간다면, 좋지 않은 버릇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마지막 4~5일 정도는 페이스를 늦췄다. 열심히 한 폼을 유지할 수 있도록 5일 정도의 시간을 줬다. 이제 딱 걸음마를 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사령탑은 "선수들의 표정이 밝았다. 올해 신바람 나는 야구, 허슬 두산의 모습을 많이 생각했는데, 그런 모습이 없어졌다. 하지만 마무리캠프 기간 동안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진행했다.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성공적으로 마무리캠프를 마쳤지만, 더 중요한 것은 12월과 내년 1월까지의 두 달의 시간을 얼마나 잘 보내느냐다. 선수들은 12~1월에는 '비활동 기간'으로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도움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누가 지켜보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자율성'이 강조되는 시간이다.

이승엽 감독은 "몸은 쉬면 안 된다. 하루 쉬면 이틀이 쉬고 싶어진다. 나도 23년 프로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것이다.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한다면, 실력이 일취월장한 선수들이 나올 수 있다. 트레이닝 파트의 간접적 도움을 받으면 12~1월을 보내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두산 선수들이 겨울에 열심히 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믿고 맡길 것"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선수들은 스스로 구슬땀을 흘릴 시간이지만, 사령탑은 몸보단 머리가 아플 시기다. 여러 가지 고민에 빠질 시간. 이승엽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모두가 한마음이 돼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20일 오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곰들의 모임' 두산 베어스와 최강야구 몬스터즈와의 이벤트 경기에 앞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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