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보다 안우진? 2022년 구종별 최고의 투수는 누구일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SSG 김광현이 마운드 위에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통합우승의 기쁨을 만끽했고 2022 KBO리그는 이렇게 끝이 났다.

키움 안우진은 2022시즌 KBO 2관왕(평균자책점, 탈삼진)을 차지하며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

다승왕은 16승을 기록한 LG 케이시 켈리가 받았고, 홀드왕은 35홀드를 기록한 LG 정우영이 차지했다. 그리고 42세이브를 기록한 LG 고우석은 세이브상을 받았다. 승률 0.846을 기록한 KT 엄상백 승률상을 받았다.

투수들은 자신들만의 결정구를 가지고 타자를 상대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결정구로 던진 구종가치는 어떻게 될까?

구종 가치는 한 투수가 가지고 있는 구종들의 가치를 나타내는 수치로 투수의 투구 결과에 따라 바뀐 기대 득점의 변화량을 구종별로 누적한 값이다. 해당 구종으로 투수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점을 막아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야구 통계 사이트인 '스탯티즈'에 의하면 올 시즌 평균 153.4km 강속구를 뿌린 안우진의 속구 구종가치는 27.8이다. 하지만 안우진 보다 폰트의 속구 구종가치(28.4)가 더 높았다. 안우진은 속구 보다 슬라이더가 더 위력적으로 나왔다. 안우진의 슬라이더는 평균 142.2km로 구종가치가 24.3이다. 슬라이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김광현의 슬라이더 구종가치(17.1) 보다 높다. 올 시즌 김광현의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134.9km로 속구 구속 저하와 함께 슬라이더의 위력도 떨어졌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다승왕 켈리는 어떨까? 켈리 하면 커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켈리의 커브 평균 구속은 129.8km로 8.3의 구종가치를 기록했다. 이는 키움 요키시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커브를 구사하는 투수로 나왔다.

홀드왕 정우영은 싱커가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평균 151.5km의 싱커를 구사한 정우영은 18.0의 구종가치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세이브왕은 고우석은 속구가 아닌 슬라이더의 가치가 더 높게 나왔다. 평균 146.7km의 슬라이더를 구사한 고우석의 슬라이더 구종가치는 15.0이다.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는 통계다.

그런데 승률왕을 기록한 엄상백은 속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 싱커 모든 구종에서 단 하나도 탑 5 안에 들지 못했다. 체인지업이 좋긴 하지만 순위권 밖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엄상백의 최고 장점을 체력으로 뽑았다. 좋은 제구력에 유연하게 던지는 체력이 너무 좋다. 100개 던지고도 힘들어하지 않는다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구종가치가 높다고 더 위력적인 구종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구종가치는 구종별 평균자책점이다. 안타의 수나 사사구의 수와는 상관없이 실점을 얼마나 했느냐를 나타내는 통계다.

가령 속구만으로 모든 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처리하며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투수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반면 사사구와 안타를 많이 허용하며 실점 위기가 많았지만 수비의 도움을 받으며 꾸역꾸역 힘겹게 완봉을 거둔 투수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누가 봐도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투수의 속구가 더 위력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구종가치에서는 두 투수 모두 실점을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똑같은 수치를 나타낸다.

구종가치는 구종의 위력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 해당 투수가 그 구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다. 구종의 위력을 정확하게 알고 싶으면 구종 가치뿐만 아니라 구속, 제구력, 무브먼트의 정도, 회전축, 회전수, 헛스윙률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왕을 기록한 안우진, 다승왕을 기록한 켈리, 홀드왕을 기록한 정우영, 세이브왕을 기록한 고우석, 승률왕을 기록한 엄상백.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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