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실패했지만, 이런 선수 또 없다…사령탑 감동시킨 '5승' 투수의 '헌신'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헌신하는 모습에 감독으로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삼성 라이온즈 알버트 수아레즈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불운한 사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뛰었던 수아레즈는 올 시즌에 앞서 삼성과 계약을 맺고 KBO리그 무대를 밟았으나, 29경기에 등판해 단 5승(8패)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거나, 불펜이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 29번의 등판 중 18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에도 불구하고 5승에 그친 이유다. 평균자책점(2.58, 6위), 이닝(167⅓이닝, 6위)만 보더라도 제 몫을 해도 승리를 쌓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불펜 투수가 수아레즈의 승리를 날린 것은 무려 11차례. 과거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윌크라이' 타일러 윌슨(2018년, 8차례)보다도 훨씬 불운하다. 하지만 수아레즈는 엄청난 이닝을 소화하면서 묵묵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박진만 대행은 4일 수원 KT 위즈전에 앞서 유독 운이 따르지 않는 수아레즈에 대해 "우리가 뭐라도 해줘야 할 텐데, 본인의 커피차가 오니까 더 미안하다"고 멋쩍게 웃었다. 삼성 팬들은 수아레즈를 응원하고자 커피차를 보내준 바 있다.

박진만 감독 대행은 수아레즈가 단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던 '헌신'에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수아레즈는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절 막바지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로 경기에 나섰다. 일본에서 3시즌 뛰었던 시절 총 투구 이닝은 162이닝으로, 올해 KBO리그에서 던진 이닝보다 적다.

수아레즈는 지난 1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에서 호투를 펼치던 중 이례적으로 투구수가 많지 않음에도 마운드를 내려갔다. 당시 수아레즈는 6이닝 동안 1실점(1자책), 투구수는 82구에 불과했다. 이는 그동안 수아레즈가 기록한 투구수, 이닝과 밀접한 이유가 있었다.

박진만 대행은 "그동안 수아레즈가 중간에 한 번도 쉬는 타이밍이 없었다. 매번 100구 넘게 던져왔다. 그러다 보니 본인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며 "그동안 너무 많이 던졌다. 일본에서는 중간 투수로 많이 던지지 않았는데, 체력적으로 부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수아레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아낌 없이 드러냈다. 사령탑은 "수아레즈가 후반기 승리 투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더그아웃에서 화이팅을 많이 해줬다. 그리고 이기는 순간에는 가장 먼저 뛰어 나간다"며 "수아레즈 덕분에 야수들이 경기에 더 집중하고 힘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진만 대행은 "시즌 초반 부상 선수 등으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아레즈는 항상 로테이션을 지켜왔다"며 "그의 헌신하는 모습에 감독으로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클래식 스탯만 놓고 본다면 수아레즈와 내년 시즌 동행은 어려워 보일 수 있다.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수아레즈의 헌신은 수치로 증명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비록 가을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삼성이 마지막까지 5강 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아레즈의 공을 빼놓을 수가 없다. 내년에도 수아레즈의 동행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삼성 라이온즈 알버트 수아레즈.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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