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하네"...천하의 김태형 감독, 원정 더그아웃 보며 '안절부절'못했던 이유는?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산전수전 다 겪은 현역 최고의 감독이라 평가받는 두산 김태형 감독이 원정 더그아웃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1차전 경기에서 일어난 일이다.

두산 선발투수 곽빈은 경기 초반 제구가 잡히지 않으며 고전했다. 사건은 1회초부터 일어났다.

이정후는 1회초 1사 2루 찬스에서 곽빈의 초구 136km 슬라이더에 오른쪽 팔꿈치를 강타 당했다. 공에 맞는 순간 고통을 참는 표정이 카메라에 잡혔다. 응급처치를 하고 플레이를 이어간 이정후는 더 이상 통증을 참지 못하고 3회말 교체되었다.

사건은 여기가 끝나지 않았다. 2회초 키움 선수가 또다시 공에 맞았다. 선두타자 이지영이 곽빈의 149km 직구에 왼쪽 손등을 맞고 손을 움켜치며 그라운드로 쪼그리고 앉아 고통을 호소했다. 당황한 두산에서는 강석천 코치가 그라운드로 나와 선수의 상태를 걱정했고 자칫 과열될 수 있는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몸에 맞는 볼로 인한 고통으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던 이지영은 결국 교체되었고 3회말 이정후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영점이 잡히지 않았던 곽빈은 후속 타자 이주형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김휘집에게 또다시 사구를 던졌다. 149km 직구가 '퍽'하는 소리와 함께 김휘집의 왼쪽 팔꿈치 보호대를 맞은 것이다. 키움 더그아웃에서는 "해도 해도 너무하네"라는 말이 나왔고 3루 키움 관중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휘집이 바로 1루로 뛰어나가며 문제를 크게 키우지 않았다.

두 번의 사구로 두 명의 핵심 타자를 잃은 키움이었다. 곽빈과 장승현 포수의 표정에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고 두산 더그아웃은 긴장했다. 키움 선수들이 화를 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김태형 감독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투구 자세를 취하며 답답함을 코치들에게 표현했다. 그리고 키움 더그아웃 분위기를 살피며 손을 들고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했다.

2회까지 3번의 사구를 던진 곽빈은 2회초 투구를 마친 뒤 모자를 벗고 키움 더그아웃을 보며 두 번의 사과를 했다. 경기 중 투수가 상대 더그아웃을 보며 사과하는 건 이례적인 모습이었고 키움 선수들도 사과를 받아들이며 경기에 임했다.

한편 경기 도중 이정후와 이지영 두 핵심 타자가 사구로 빠지는 변수를 극복하지 못한 키움은 결국 연승 행진을 '9'에서 멈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인근 병원에서 정밀검사 결과 뼈에 이상이 있거나 큰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키움 관계자는 "CT 촬영을 했는데 두 선수 모두 특이 소견이 없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두 명의 핵심 전력을 잃은 키움은 이렇게 10연승을 눈앞에 두고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2회까지 3번의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두산 곽빈과 당황한 김태형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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