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안 들이고 타자 잡는다” 103억원 대투수 넘었는데…157km 사나이의 ‘리스펙트’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힘을 안 들이고 타자를 잡는다.”

키움 안우진은 29일 고척 KIA전서 103억원 대투수 양현종(KIA)에게 판정승했다. 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시즌 9승(4패)을 챙겼다. 양현종은 7이닝 5피안타 9탈삼진 2사사구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홍원기 감독은 안우진이 23일 대구 삼성전서 패스트볼 160km을 찍었지만 완투나 완봉 기회를 놓친 걸 아쉬워했다. 평소에도 안우진이 투구수를 조절하면서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해 더 많은 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길 바란다. 단순히 구속, 탈삼진 개수에만 매몰되지 않길 바란다.

실제 안우진이 양현종이나 김광현(SSG)을 따라가기 위해 걸어야 할 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안우진의 이날 판정승은 의미 있었다. 패스트볼 최고 157km로 지난 등판보다 다소 스피드가 줄었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에 포크볼도 2개나 섞었다. 홍 감독도 “영리한 경기운영이 돋보였다”라고 했다.

안우진은 양현종과의 리턴 매치를 의식했다고 털어놨다. 11일 광주에선 안우진이 6이닝 4실점, 양현종이 6이닝 2실점하며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안우진은 “이지영 선배가 1점을 내줬고, 불펜 형들도 1점을 지켜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우진은 “그 당시 등판에선 삼구 이내에 결과를 내는 것에 의식했다. 오늘은 구석구석으로 던지려고 했다. 선취점 주면 힘드니 실점 없이 던지려고 했다. 그렇다고 구속을 줄여서 던진 건 아니었다. 157km도 세게 던져야 나온다”라고 했다.

이 한 경기로 안우진이 양현종을 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안우진이 양현종처럼 대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보는 게 옳다. 안우진은 겸손했다. “양현종 선배님과 두 번 맞붙었는데, 힘을 들이지 않고 타자들을 잡는다. 그런 점을 배우고 싶다. 그러면서 삼진도 필요할 때 잡아낸다. 나도 더 발전해야 한다”라고 했다.

홍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안우진이 김광현과 양현종의 경기운영능력을 배우면 좋겠다고 했다. 안우진도 노력 중이다. 최근 송신영 투수코치로부터 포크볼을 배워 이날 처음으로 활용했다. 2개를 던졌는데 한 개는 삼구삼진으로 이어졌다.

안우진은 “내 공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았는데, 타자들에게도 많이 물어본다. 어디로 던져야 어떤 타구가 나오는지. 도움이 많이 된다. 그러나 나는 당연히 더 발전해야 한다. 계속 발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안우진. 사진 = 고척돔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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