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km 안 되는데 세이브왕 도전…24년 전 레전드 임창용, 이렇게 소환했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아웃카운트 4개 정도는 잡을 수 있는 투수다.”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의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144.7km이다. 구속이 마무리투수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 그러나 보직의 특성상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압도할 줄 아는 능력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정해영의 스피드는 마무리투수들 중에서 으뜸이 아니다. 그럼에도 고우석(LG, 20세이브)에 이어 19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2위다. 고우석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52.9km. 힘으로 타자를 누르는, 전형적인 마무리투수다.

그런데 타자들은 고우석만큼 정해영의 패스트볼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다. 올 시즌 정해영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200이다. 2021시즌 0.194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0.271의 고우석보다 훨씬 좋은 기록이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283서 0.227로 뚝 떨어졌다. 반면 스플리터는 0.176서 0.259로 상승했다. 그래도 시즌 피안타율(0.220)은 작년(0.210)보다 소폭 높고 2020년(0.296)보다 크게 낮다. 피OPS(0.549)는 데뷔 후 가장 낮다.

김종국 감독은 지난 22일 광주 롯데전을 앞두고 “정해영은 수직무브먼트가 좋은 투수다. 타자들이 체감하는 스피드가 빠르다. 정타를 맞을 확률이 떨어진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 투수인데 배짱도 좋고 요령도 있다. 잘하고 있다”라고 했다.

구속은 조금 떨어져도 종합적인 구위는 절대 처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커맨드가 좋아 맞춰 잡는 피칭이 가능하다. 김 감독은 “컨트롤이 안정적이라서 투구수가 적다. 아웃카운트를 4개씩 잡아도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빠른 볼카운트에서 승부해서 안정적이다.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아웃카운트 4개씩 맡길 것”이라고 했다.

마운드 밖에선 선배들에게 사랑 받는 후배다. 김 감독은 “아직 (이)의리와 팀에서 막내니까 형들에게 재롱도 많이 떤다. 의리랑 항상 붙어 다니더라. 선배들이 미워할 수 없는 선수이자, 예뻐 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했다.

KIA는 1998년 임창용 이후 24년만에 구원왕 배출에 도전한다. 24년 전 타이거즈는 KIA가 아닌 해태였다. 정해영이 KIA 첫 구원왕에 도전하는 셈이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있다. 고우석을 따라가야 한다. 그리고 오승환(삼성, 17세이브)이라는 베테랑의 추격도 뿌리쳐야 한다.

사실 22일 광주 롯데전이 아쉬웠다. 연이틀 멀티이닝을 소화하면서 흔들렸다. 1⅔이닝 4피안타 1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6월 8경기서 1패5세이브 평균자책점 1.80으로 상당히 좋다. 김종국 감독은 이후 23일 광주 롯데전과 24일 잠실 두산전까지 연이틀 정해영을 푹 쉬게 했다.

분명한 건 정해영도 폭풍 성장 중이며, 구원왕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올해 KIA는 중, 상위권서 꾸준히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볼 정도의 전력을 갖췄다. 정해영이 앞으로 세이브 기회를 충분히 잡을 전망이다.

[정해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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