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타자 전향→첫 홈런…150km 던지던 세이브왕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2019년 '세이브왕' 하재훈(SSG 랜더스)이 타자 전향 8타석 만에 첫 아치를 그렸다. 일본 독립리그 시절 '투·타 겸업'을 하며 '한국판 오타니'로 불렸던 만큼 타자로도 성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재훈은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4차전 홈 맞대결에 좌익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마산 용마고를 졸업한 하재훈은 지난 2008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통해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루키A부터 차근차근 과정을 밟은 하재훈은 2013년 트리플A 무대까지 밟았지만, 끝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2016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를 거쳐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SK 와이번스(現 SSG)의 지명을 받고 KBO리그에 입성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주로 타자로 활약했던 하재훈은 KBO리그에 발을 들인 후 투수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과감한 선택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재훈은 데뷔 첫 시즌 61경기(59이닝)에 출전해 5승 3패 3홀드 36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포지션 전향 첫 시즌부터 투박한 폼으로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던지는 등 많은 이닝을 던진 탓에 탈이났다.

하재훈은 2020시즌 15경기에 나서 1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7.62, 2021시즌 18경기에서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4.00에 그쳤고, 결국 어깨에 문제가 생겼다. 투구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나빠진 것. 그리고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큰 결단을 내렸다. 하재훈은 2018년 이후 4년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와 다시 타석에 서는 길을 선택했다.

역시 커리어의 대부분을 '타자'로 보냈던 만큼 감을 찾는데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재훈은 데뷔전이었던 지난 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첫 안타를 터뜨렸고, 24일 롯데의 '에이스' 찰리 반즈를 상대로 데뷔 첫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8타석 만에 나온 홈런. 짧았지만, 투수로도 성공을 거뒀던 하재훈이 타자로서의 가능성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스스로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뒤 홈런을 칠 수 있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재훈은 "KBO리그에서 투수를 하고 타자로 홈런을 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 다시 타자를 하기까지 적잖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첫 홈런이 더 값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고민 끝에 투수로 전향했고, 부상으로 또다시 타자로 포지션을 바꾸는 것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10년 이상을 타자로 뛰었던 만큼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은 야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투수는 성적은 좋았지만, 아픈 기억밖에 없다. 솔직히 많이 아팠다"며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데, 모든 베이스가 다 나를 반가워하더라.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들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투수로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졌던 하재훈은 이날 '강견'을 뽐내며 2루 베이스를 향하던 주자를 지워내기도 했다. 어깨의 컨디션만 더 좋아진다면, 그 어떤 주자도 하재훈 앞에서 무리한 주루 플레이는 할 수 없게 된다. 하재훈은 보살에 대해 "원래 자주 있는 일"이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막상 상황이 나오니 감각이 있더라. 점점 감각이 살아나면 잘 될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역대급 재능'이다. 포지션 전향을 해도 성공을 거두는 선수들이 많지 않기 때문. 특히 성공을 거둔 뒤 불가피한 상황에서 포지션 전향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하재훈은 투수로 성공을 맛봤고, 타자로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재훈이 앞으로 그려나갈 야구 인생이 기대된다.

[SSG 랜더스 하재훈. 사진 = SSG 랜더스 제공,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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