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받기 무서웠다"…152km 파이어볼러 등장, 끝 없는 화수분 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 두산 베어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 페이스가 좋던 마무리가 이탈하자, 군 복무를 마친 '파이어볼러' 유망주가 재능에 꽃을 피우고 있다.

정철원은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정철원은 입단 후 빠르게 군 복무를 해결했고, 지난 1일 1군의 부름을 받아 6일 KT 위즈와 맞대결에서 프로 통산 첫 등판 기회를 가졌다. 혜성 같은 등장이었다. 정철원은 최고 구속 152km/h를 마크하며 2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계속 좋다는 보고는 받았는데, 1군에서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다. 군 입대 전까지는 140km 중반까지 나왔는데, 전역 후 구속이 계속 오르더라. 1군에서도 중요할 때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마운드에서 자신감 있게 던지고, 멘탈도 좋아보이더라"고 칭찬한 김태형 감독은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정철원을 곧바로 필승조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데뷔 첫 등판을 가진 정철원은 이튿날인 7일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데뷔 첫 승을 따내는 기쁨을 맛봤다. 자신감을 얻었을까. 승승장구 행진은 이어졌다. 정철원은 1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이닝을 1실점(1자책)으로 막아내더니, 12일 경기에서는 1⅔이닝 무실점을 마크하며 데뷔 첫 홀드도 따냈다.

물론 시행착오도 겪었다. 정철원은 지난 1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이닝을 던지는 동안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데뷔 첫 패배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사령탑의 여전히 정철원을 가장 중요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리며 굳건함 믿음을 내비쳤다.

지난 17일 등판은 특히 '압권'이었다. 정철원은 17일 SSG 랜더스전에서 9-9로 팽팽하게 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5탈삼진 무실점을 마크하며 팀의 무승부에 큰 힘을 보탰다. 사령탑은 18일 경기에 앞서 "(정)철원이, (홍)건희, (김)명신이가 잘 던져주고 있다"고 칭찬했고, 당시 임시로 포수 마스크를 썼던 김민혁도 정철원의 구위에 혀를 내둘렀다.

포수로 6이닝을 책임진 김민혁은 '어떤 투수의 공이 가장 좋던가'라는 질문에 "우리 팀 중간 투수들이 모두 좋다. 그래도 한두 명을 꼽자면, (정)철원이와 (홍)건희 형이었다"며 "철원이는 볼 힘 자체가 굉장히 좋다. 처음에는 볼 받기가 무서웠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마무리 김강률이 어깨에 불편함을 느껴 지난 11일 1군에서 말소됐다. 하지만 정철원이 깜짝 등장하고, 셋업맷 홍건희가 마무리로 이동하면서 김강률의 부재가 크게 느껴지지 않고 있다. 정철원은 어느새 6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70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두산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김강률이 돌아온다면 두산의 불펜은 더 강력해질 일만 남았다.

"씩씩하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처럼 정철원이 어떠한 투수로 성장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두산 야구를 즐기는 재미가 될 전망이다.

[두산 베어스 정철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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