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드래프트 패싱' 삼성의 흑역사, 1차지명 슈퍼루키로 치유한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삼성에게는 201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아픈 기억이 하나 있다. 당시 왕조를 구축하며 전성기를 구가할 시기이지만 그렇다고 팀의 미래를 등한시할 수는 없는 일. 삼성은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똘똘한 유격수 자원을 확보하려 했다.

그런데 삼성은 훗날 메이저리거로 성장하는 선수를 알아보지 못했다. 바로 김하성을 뽑을 기회가 있었으나 '패싱'한 것이다. 삼성은 2라운드에서 내야수 박계범을 지명한 것으로 만족했고 그러자 넥센(현 키움)이 3라운드에서 김하성을 지명하면서 양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넥센은 강정호가 2014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하자 김하성을 주전 유격수로 기용했고 김하성은 2015년 타율 .290 19홈런 73타점 22도루로 일약 주전을 꿰차더니 2016년에는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면서 호타준족의 모습을 보였고 2017년에는 타율 .302 23홈런 114타점으로 생애 첫 100타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타율 .307 19홈런 104타점 33도루로 다시 한번 100타점 시즌을 보낸 김하성은 2020년 타율 .306 30홈런 109타점 23도루로 데뷔 첫 30홈런 고지를 정복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삼성으로선 땅을 치고 후회할 노릇이었다. 당시 삼성의 사령탑이었던 류중일 국가대표팀 감독은 김하성이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성장하자 "우리도 김하성을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참 아쉽다"라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다른 팀들이 2라운드에서도 김하성을 외면하자 이장석 대표를 비롯한 넥센 프런트가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김하성 패싱 사건'은 지금도 삼성의 흑역사로 남아 있다. 그러나 올해 흑역사를 지울 수 있는 '슈퍼루키'가 등장했다. 이제는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현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이 올해 1차지명으로 뽑을 정도로 이재현은 초고교급 유격수로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당당히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이재현은 개막 초반 주전 3루수로 나서며 이원석의 공백을 메웠고 지금은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초 주전 유격수로 나섰던 김지찬이 수비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현재 2루수로 이동한 상태. 이재현은 올해 실책 5개를 기록하고 있지만 5월에 들어서는 단 1개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 있는 수비도 자랑한다.

여기에 지난 7~8일 사직 롯데전에서 이틀 연속 3안타를 몰아치더니 12일 대구 SSG전에서는 시즌 2호 홈런도 쏘아 올렸고 15일 대구 두산전에서도 멀티히트를 작렬하면서 타율 .262 2홈런 8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제 2의 이종범'으로 주목을 받은 KIA 김도영이 타율 .179에 머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프로 무대에서의 적응력은 이재현이 훨씬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재현은 스프링캠프를 치를 때만 해도 "한번 1군에 올라가면 다시 2군으로 내려가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개막 엔트리부터 한 자리를 차지하더니 지금도 계속 1군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현의 성장으로 삼성도 흑역사를 지울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삼성 이재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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