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주야. 수술한 팔은 괜찮니?'...옛 제자를 진심으로 걱정한 상대팀 감독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상대팀 투수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감독이 있다. 바로 SSG 김원형 감독이다.

SSG 김원형 감독과 LG 함덕주는 지난 2019시즌과 2020시즌 때 두산에서 투수코치와 제자로 인연을 맺은 사이다.

함덕주는 2018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은 뒤 2019시즌과 2020시즌 김원형 투수코치를 만나 관리를 받으며 16세이브 7홀드, 10세이브 2홀드로 두산 불펜에서 전천후로 활약했다.

두 사람은 2021시즌을 앞두고 김원형 투수코치가 SK(SSG 전신) 감독으로 함덕주가 LG로 트레이드 되면서 헤어졌다.

그동안 통증을 참고 던졌던 함덕주는 어떻게든 새로운 팀에 도움이 되고자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미뤄왔었다. 하지만 결국 지난 시즌을 마치고 수술대에 올랐고, 현재는 건강한 몸 상태로 연일 호투를 펼치고 있다.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개막 이후 8연승을 달리고 있는 SSG와 7승 1패로 신바람 야구를 펼치고 있는 LG가 만났다.

경기 전 외야에서 운동을 마친 함덕주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함덕주를 본 SSG 김원형 감독이 반갑게 다가가 안부를 물었다. 함덕주도 모자를 벗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김원형 감독은 함덕주와 어깨동무를 하고 어깨를 만지며 수술 이후 몸 상태를 물었다. '건강하고 문제없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함덕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옛 제자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사실 김원형 감독도 현역 시절 막판 팔꿈치에 있는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인대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이 대개 1년의 재활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뼛조각 제거는 3개월 정도면 충분히 공을 던질 수 있는 상대적으로 쉬운 수술이다.

하지만 김원형 감독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투수가 수술 후 팔 상태가 좋아지면 본인도 모르게 무리하게 투구를 하면서 다른 부위까지 연쇄적으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본인이 그랬다. 수술 후 오버런을 하는 바람에 아파서 못 던지는 상태에 이르러 결국 은퇴를 하게 됐다.

현역 시절 많은 수술과 재활을 거친 김원형 감독은 투수가 재활 과정과 복귀 후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비록 지금은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는 상대팀 선수지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옛 제자 함덕주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준 것이다.

옛 제자에 대한 사랑은 경기 때도 느껴졌다. 함덕주가 6회초 구원투수로 등판하자 김원형 감독은 더그아웃 뒤에 있다가 한발 앞으로 나와 투구를 유심히 지켜봤다. 나오자마자 세타자 연속 삼진을 잡는 모습을 지켜본 뒤 김민재 수석코치와 한동안 함덕주 투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함덕주는 2이닝 동안 무안타 삼진 4개를 잡으며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한편 SSG는 1.2위 맞대결에서 노바의 7이닝 1실점 호투와 크론의 투런포를 앞세워 4-1로 승리했다. 개막 후 9연승을 달린 SSG는 2003년 삼성이 보유하고 있는 개막 후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인 10연승에 한 경기 차로 다가섰다.

[SSG 김원형 감독이 LG 함덕주의 수술 이후 몸상태를 물으며 조언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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