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챙기는 따뜻한 박석민...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이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창원(경남) 유진형 기자] 인생은 누구나 실수하면서 성장하게 되어있지만 이러한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이겨내는 과정이 힘들어서 도전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실수 인지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성장'이라는 걸 박석민은 잊어선 안된다.

박석민은 더그아웃에 앉아 먼 하늘을 보며 깊은 생각에 빠진 뒤 훈련을 시작했다.

'코로나 술판 파문'의 주동자로 알려진 NC 박석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용히 스프링캠프 훈련에 복귀한 박석민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쓴 채 별다른 말없이 후배들과 함께 몸을 만들고 있다. 훈련 내내 고민이 많은 표정이다. 박석민을 조용히 지켜보던 공필성 퓨처스 감독이 그에게 다가가 많은 조언을 한 뒤 훈련은 시작됐다.

박석민은 지난해 7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와 함께 지인이라고 알려진 여성 2명과 술판을 벌였다. 방역수칙 위반으로 NC 구단으로부터 박석민은 50경기 출장정지를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는 25경기 출장정지를 받았다. 그리고 KBO로부터 72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000만원 징계도 받았다.

이들은 징계가 끝나는 대로 복귀를 하기 위해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진행 중인 2022 NC 스프링캠프에서 퓨처스리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이명기와 권희동은 캐치볼 파트너로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지만 박석민은 본인의 훈련보다는 차분한 모습으로 후배를 격려하고 수비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3루 수비 훈련 때는 열정적으로 훈련하는 후배의 유니폼에 흙먼지가 묻자 유니폼을 직접 털어주고 떨어진 모자를 주워주기도 했다. 그리고 어깨를 주물러주며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는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박석민의 조언을 들으며 함께 훈련하던 후배는 이내 자신감을 갖고 멋진 수비를 선보였다. 다정한 선배의 모습이었다.

박석민은 원래 '기부 천사'라 불릴 만큼 어려운 후배가 있으며 조용히 남 몰래 챙기고 선행을 베풀던 선배였다. 지난 몇 년간 박석민의 따뜻한 도움을 받은 야구 유망주만 수백 명이다. 실제로 박석민의 손길을 경험하고 KBO리그에 입문한 후배도 여럿이다.

남몰래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던 박석민 이었지만 '코로나 술판 파문' 이후 여론이 완전히 바뀌었다. 용서를 구할 타이밍을 놓친 박석민은 이제 와서 후회하고 고민해 봐야 해결책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야구팬들에게 큰 실망을 줬다. 코로나 음주 파문 이후 박석민이 보여 준 행보가 잘못됐기에 더 안타깝다.

박석민도 자신의 잘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이었다. 더그아웃에 앉아있을 때도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코로나 술판 파문'만 아니었다면 우승에 공헌한 '모범 FA'로 인정받았을 선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 지탄을 피하지 못한 선수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했다고 한 번에 인생을 단죄해선 안된다. 그동안 박석민이 보여준 선행까지 단번에 지울 순 없다.

박석민은 지금처럼 조용히 침묵하며 구단을 통해 보도자료 형식의 사과만 할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한 뒤 기회를 받아야 하는 게 순서다.

박석민을 사랑하던 선후배들도 이런 식으로 박석민의 야구 인생이 마무리되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

[괴로워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석민. 사진 = 창원(경남)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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