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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레, 신의 분노’ 환상은 먼 곳에 광기는 가까운 곳에[곽명동의 씨네톡]
22-02-0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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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여자로 등장한 봉준호 감독은 5명의 후보에게 “만약 길에서 어린아이를 붙잡고 감독이란 직업이 무엇인지 20초 이내로 짧게 설명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가운데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는 “감독이란 결국 이것저것 웬만큼은 할줄 알지만 뭔가 하나 제대로 마스터한 것은 없는, 그럼 사람이다. 그러다 일이 꼬여가기 시작할 땐, ‘버든 오브 드림스’같은 영화를 보면서 ‘아, 이런 상황에서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라면 어떻게 할것인가’ 스스로 물어보는 존재다”라고 전했다. ‘노매드랜드’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 3관왕에 올랐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언급한 ‘버든 오브 드림스(Burden Of Dreams)’는 헤어조크 감독의 ‘피츠카랄도’(1982)의 제작 초기부터 시작해 촬영 막마지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영화의 주인공 피츠카랄도(클라우스 킨스키)는 오페라 마니아로, 페루 안데스 산맥 동쪽 오지의 작은 도시 리퀴토스에 오페라 하우스를 짓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그는 큰 돈을 벌기 위해 고무나무 재배 사업을 시작하고, 이를 위해 높은 산으로 증기선을 끌어올리려고 시도한다. 미국의 독립영화제작자 레스 블랭크가 연출한 ‘버든 오브 드림스’는 헤어조크 감독이 배를 산으로 끌고 올라가 다른 편으로 이동시키는 제작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만류했지만, 헤어조크 감독은 아무런 특수효과의 도움 없이 이 작업을 실제로 해냈다. 그는 수많은 인부를 동원해 나무를 베고 숲을 가로지르고 나무 철도를 즉석에서 만들고 도르레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했다. 극중에선 몇 분 밖에 안나오는 장면을 위해 무려 7개월간 작업했다. 미루어 짐작컨대, 클로이 자오는 감독이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힘든 역경을 이겨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헤어조크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헤어조크 감독은 영화란 '미학(aesthetics)'을 넘어 무릎과 다리를 쓰는 '운동경기(athletics)'라고 말했다. 그의 집념을 담아낸 ‘버든 오브 드림스’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그는 운동선수처럼 무릎과 허벅지로 영화를 만드는데, 그 결과물은 주로 ‘광기어린 인물’에 집중된다. ‘피츠카랄도’를 찍기 10년전인 1972년, 그는 ‘아귀레, 신의 분노’를 내놓았다. 이 영화 역시 아마존 밀림을 배경으로 서서히 미쳐가는 인물을 다뤘다. 1560년, 스페인 원정대는 아마존 강 기슭에 있다는 황금도시 엘도라도를 향해 모험에 나선다. 피사로 장군은 우루수아(루이 구에라)를 대장으로 임명하고, 40명의 선발대를 뗏목에 태워 강으로 먼저 보낸다. 엘도라도에 대한 강한 정복욕에 사로잡힌 아귀레(클라우스 킨스키)는 대장 우루수아를 가두고 반란을 일으킨다(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은 이 영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영화가 시작하면, 구름과 안개가 가득한 산에서 스페인 군인들이 골짜기 아래의 좁고 험준한 길을 뱀처럼 구불구불 내려간다. 이건 마치 지옥으로 걸어가는 행군처럼 보인다. 황금도시를 가장 먼저 정복하겠다는 광기에 사로잡힌 아귀레는 도망치려는 부하의 목을 베고, 우루수아를 교수형에 처한다. 숲 속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화살에 부하들이 하나 둘씩 쓰러져가는데도, 그의 광기는 멈추지 않는다. “나, 신의 분노는 내 딸과 결혼할 것이다. 역사상 찾아볼 수 없었던 순수한 혈통의 제국을 건설하겠다. 나는 멕시코를 쟁취하고 스페인의 정복자가 될 것이다. 난 신의 분노다. 나와 함께할 사람은 누구인가!”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로저 에버트는 헤어조크 감독의 영화세계에 대해 “위대한 업적을 남기겠다는 비전에 사로잡힌 인간들은 그런 업적에 도달하겠다는 무분별한 자만심이라는 죄를 저지르게 되고, 결국에는 냉혹한 우주에 파멸당한다”고 했다. 애초에 황금도시 엘도라도는 없었다. 욕망에 눈이 먼 인간은 존재하지도 않는 도시를 자신의 상상으로 만들어내고, 거기에 집착하다가 결국 모두를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다. 헤어조크 감독은 열망이 탐욕으로 변하고, 다시 광기로 치달아 모든 것을 잃게되는 인간의 속성을 대담한 이미지로 그려냈다. 만약 당신이 엘도라도를 찾고 있다면, 이쯤에서 그만 두길. 환상은 늘 손에 잡히지 않는 먼 곳에 있다.

[사진 = 영화 스틸 및 포스터]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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