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웅, 두개의 얼굴을 가진 쌍둥이 소년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오재웅은 쌍둥이다. 여동생도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이란성 쌍둥이인데, 수개월 전 여동생을 먼저 인터뷰로 만났고, 이번에 만난 게 오재웅이다. 둘 사이에는 닮은 듯하면서도 안 닮은 듯한 묘한 눈매가 있다. 그런데 유독 오재웅의 첫인상에서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미소(微笑)였다. 투명한 얼음에 빛방울이 미끄러지듯 양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며 만면에 번지는 미소다. "실제 성격은 긍정적이고 조용한 편이에요"라는 낮은 목소리까지 퍼지는 순간, 마치 오재웅의 미소는 하나의 작품처럼 완벽해졌다.

그 미소가 가득했던 작품이 EBS '하트가 빛나는 순간'이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전교 1등 서준영을 연기했다. 오재웅은 "싱크로율은 80퍼센트 정도"라고 했다. 서준영과 닮은 건 대부분 성격이라고 했다. 자신의 연기는 "제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려서 만족하는 부분도 있고, 이 장면에선 이렇게 하면 어땠을까 하고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청소년 드라마 '하트가 빛나는 순간'은 소년과 소녀의 풋내 나서 두근대는 짝사랑이었다. 오재웅은 "준영이가 최빛나라(최지수)에게 처음 설레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짝사랑 경험이 많지는 않다"고, 몇 번을 반복해도 설레게 번지는 그 미소로 웃었다.

하지만, 나는 봤다.

오재웅의 서늘한 미소를 나는 봤다. 딩고스토리 단편 웹드라마 '랜선지옥'에서다. 그곳에서 오재웅의 얼굴에 번지던 미소는 '하트가 빛나는 순간'이 아니었다. 또래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일진으로 등장한 오재웅은 예의 그 미소처럼, 양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만면에 웃음기를 퍼뜨렸으나, 거기에는 또래를 향한 경멸과 악의가 차디차게 얼어붙어 있었다.

오재웅이 배우의 꿈을 꾸게 된 건, 공교롭게도 예기치 못한 부상에서 촉발되었다. 고등학생 때까지 수년간 피겨 선수로 활동하며 촉망 받던 오재웅은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선수 생활을 끝내야 했다. 그때만 해도 "곧 회복돼서 돌아갈 것"이란 마음이었던 오재웅은 "피겨 연기에 도움을 주고자 연기학원에 가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처음 대본을 들고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해보는 순간, 오재웅의 가슴에 무언가 뜨거운 게 확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그제야 납득할 것만 같았다. 이 어린 신예의 미소 속에 담긴 감정의 깊이를 말이다. 단지 살아온 시간으로만 가늠할 수 없는, 오재웅 스스로 겪은 삶의 폭풍우 속에서 피어난 것이었다. 그는 평생을 바쳐온 피겨 선수 생활을 그만두던 그때를 "절망스러웠다"고 했고, 훗날 배우가 되어 자신의 연기를 TV로 바라보았을 때를 "행복했다"고 하였다.

쌍둥이다. 빛나는 오재웅과 서늘한 오재웅, 두 오재웅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쌍둥이. 투명한 얼음에 빛방울이 미끄러지듯, 오재웅의 미소가 평온하게 울려 퍼진다. 곧 '배우 오재웅'이라는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치기라도 할 전야(前夜)처럼.

"이상형은요, 웃는 게 예쁜 사람이요."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EBS 방송화면, 딩고스토리 웹드라마 '랜선지옥']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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