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필버그 감독이 ‘Somewhere’를 사랑하는 이유[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최근 들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소통과 화합’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13년 아카데미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링컨’은 링컨 대통령(다니엘 데이 루이스)이 반대파를 어렵게 설득하며 노예해방을 실천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2015년 ‘스파이 브릿지’는 보험 전문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이 적국인 소련 스파이 루돌프 아벨(마크 라이런스)의 변호를 맡은 실화를 담았다. 2017년 ‘더 포스트’는 어떠한가. 트럼프의 언론탄압이 극심해지자 ‘레디 플레이어 원’ 연출을 미뤄가며 ‘언론자유의 가치’를 역설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원작 뮤지컬(1957)과 동명의 영화(1961)를 6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2022년에 다시 내놓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뉴욕 변두리를 장악한 제트파의 일원 토니(안셀 엘고트)는 어두운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는다. 제트파의 라이벌 샤크파의 리더 베르나르도의 동생 마리아(레이첼 지글러)는 고향인 푸에르토리코를 떠나 정착한 뉴욕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에 부풀고 오빠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생을 찾으려 한다. 무도회에서 우연히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 마리아와 토니. 하지만 뉴욕의 웨스트 사이드를 차지하기 위한 샤크파와 제트파의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마리아와 토니는 자신들의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토니는 양측의 싸움을 말리러 갔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경찰과 샤크파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널리 알려졌듯이,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깔린 갈등과 분열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까지 아우르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뉴욕에 정착한 푸에르토리코인 이민자 집단 샤크파와 뉴욕 거리를 차지한 백인 제트파의 대립은 60년대 뿐 아니라 현재도 현실에서 반복되는 갈등 구조다. 극 초반부 백인 형사는 “우리가 수적으로 밀려. 저들은 계속 몰려와. 그리고 미친듯이 애들을 낳지”라고 말한다(실제 미국에서 백인의 비율은 하락하고 히스패닉은 증가 추세다). 트럼프는 이민자들에 일자리를 뺏긴다고 생각하는 백인 노동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4년의 재임기간 동안 분열을 조장하고 증폭시켰다.

스필버그 감독은 최근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오늘날 미국 전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인종차별이라든지 제노포비아(이방인에 대한 혐오) 등에 관한 문제들”을 언급하며 “8, 9년쯤 전부터 이 나라는 분열되고 추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통해 ‘정치적 부족주의’의 위험성을 들춰낸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고결한 우리’로, 반대편을 ‘악마인 저들’로 상정한 결과, 세상은 타협 없는 분열로 악화되고 있다. 영화 속 제트파와 샤크파는 어떠한 용서와 화합 없이 끝없이 대립한다. 극중 마리아는 “이제 증오만 남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양측은 인종적으로 부딪히는데, 그런 점에서 레이첼 지글러의 캐스팅은 주목할만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콜롬비아인이고, 아버지는 폴란드인이다. 간단히 말해서 미국인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10대 시절부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매료됐다. 자식들에게도 OST를 들려줬다. 대부분이 명곡인데, 그 중에서도 ‘Somewhere’를 가장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는 1961년작에서 ‘아니타’ 역을 맡은 리타 모레노를 캐스팅해 ‘발렌티나’ 역을 맡겼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이주민이기도 한 발렌티나는 토니의 새 출발을 응원하며 그에게 일자리와 머물 곳을 내어주는 따뜻한 인물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이 분열의 시대에 화합이 필요하다고 일깨운다. 리타 모레노가 부르는 ‘Somewhere’의 가사는 스필버그 감독이 꿈꾸는 세상이다.

“언젠가는, 어딘가에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겠지. 용서하는 법도 배우겠지.”

[사진 = 디즈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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