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타격왕' 이정후 유쾌한 도발 "아버지 때는 외인투수 없었어요"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버지 때는 외국인투수가 없었어요."

이정후는 2017년 데뷔 때부터 정교한 타격으로 각광 받았다. 그런 그도 타격왕 타이틀은 데뷔 5년만에 처음으로 가졌다. 123경기서 타율 0.360으로 0.348의 전준우(롯데)를 여유 있게 제쳤다. 개인적으로도 0.355를 기록한 2018년을 넘어 데뷔 후 가장 높은 타율을 올렸다.

이정후의 타격왕이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한 번도 없었던 '부자 타격왕'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이종범 LG 2군 코치는 1994년 타율 0.393으로 타격왕을 차지했다.

4할을 노리다 아깝게 실패할 정도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심지어 2위 김응국(롯데, 0.323)에게 무려 7푼 차이로 앞섰다. 때문에 이정후는 올 연말 각종 시상식에서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KBO리그 페넌트레이스 시상식에서도 아버지 얘기가 나왔다. 이정후는 "세계 최초(부자 타격왕)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사실 가족과 딱히 이 주제로 얘기를 하지는 않았는데 부모님은 좋아하시더라"고 했다.

이후 이정후는 아버지에게 유쾌한 도발(?)을 감행했다. 트로피 개수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이제 트로피 진열장을 보면 아버지 반열에 올라가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신인왕을 시작으로 지난 5년간 크고 작은 상을 많이 받았다. 타격왕 수상에 이어 MVP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래의 잠재적인 MVP 후보다.

아버지의 1994년 타격왕과 자신의 2021년 타격왕에 대한 비교도 했다. 이정후는 "솔직히 아버지 때는 외국인투수가 없었다. 그리고 요즘 야구가 옛날보다 수준이 높아졌다"라고 했다. 자신의 타격왕이 좀 더 가치 있다는 자부심이다.

맞는 말이다. KBO리그가 예년에 비해 수준이 떨어졌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의 말은 어떤 측면에선 틀렸다. 굳이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한국야구는 10여년 전과 지금을 보더라도 타자들의 타구 스피드, 투수들의 공 스피드, 수비수들의 시프트 전문성, 프런트의 디테일한 데이터 활용 등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이정후의 지적대로 1994년에는 외국인투수들도 없었고, 국내투수들도 지금보다 전반적으로 수준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이종범 코치의 1994년 타격왕이 폄하될 수 없다. 그 당시 리그 수준을 감안할 때 이 코치는 대단한 돌연변이였다. 여전히 이 코치는 역대 한국타자 최고의 '토털 패키지'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늘 대단하다고 느낀다. 아버지와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다"라고 했다.

[이정후와 이종범 코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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