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골 먹으면 안 돼~” GK 김영광 일으켜주는 두 딸의 응원

[마이데일리 = 성남 이현호 기자] 자녀의 응원과 위로만큼 아버지를 힘내게 하는 처방전이 또 있을까. 성남FC 골키퍼 김영광은 두 딸을 보며 오늘도 힘을 낸다.

김영광은 24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24라운드 순연경기이자, 정규리그 최종전인 성남FC-울산현대전에 선발 출전해 눈부신 선방쇼를 보여줬다. 원정팀 울산은 오세훈, 이동경, 바코, 윤일록, 이청용 등 K리그 최고의 공격진을 꾸려 성남 골문을 두드렸으나 번번이 김영광 선방에 막혀 눈물을 흘렸다.

이날 김영광은 선방률 90.0%를 기록했다. 전반 19분 오세훈의 왼발 슛을 얼굴로 막아냈고, 36분에는 바코의 오른발 슛을 안정적으로 잡았다. 후반 초반에는 이동경, 윤일록, 바코의 연이은 슛을 모두 펀칭했다. 후반 13분 홍철에게 허용한 오른발 발리슛을 제외하곤 추가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성남은 우승 후보 울산을 2-1로 꺾고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경기 종료 후 성남 김남일 감독은 김영광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좋았던 경기력을 되찾았다. 팀에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운동장에서 워낙 영향력이 큰 선수다. 베테랑으로서 큰 힘이 된다. 앞으로 치를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오늘처럼 활약해주면 팀이 1부리그 잔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곧이어 김영광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그는 “제가 잘해서 막은 게 아니다. 수비수들이 공격수를 끝까지 방해해줘서 제가 막을 수 있었다. 너무 완벽한 찬스를 내주면 골키퍼가 공격수를 이기기 쉽지 않다. 그런데 수비수가 옆에서 공격수와 싸워주니까 제가 막을 수 있었다. 골키퍼가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수비수와 조합이 안 맞으면 골을 먹는다”라며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영광은 두 딸을 둔 아버지다. 큰 딸은 11살, 작은 딸은 8살로 둘 모두 초등학생이다. 김영광 소셜미디어(SNS)에는 가족 사진, 특히 딸 사진이 자주 올라오곤 한다. 자녀의 응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영광은 “딸들이 어렸을 때는 이기고, 지고를 잘 몰랐다. 지금은 집에서 항상 ‘아빠 골 먹으면 안 돼. 아빠가 막아야 이길 수 있어’라고 한다. 패배한 날 집에 가면 딸 보기가 미안하다. 그럴 때면 딸들이 ‘괜찮아. 다음에 막으면 돼. 다음에 이기면 돼’라고 위로한다. 승리한 날엔 자랑스러워하고, 패배한 날엔 위로해준다. 항상 딸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들려줬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잔류냐 강등이냐를 두고 파이널 라운드가 펼쳐진다. 성남은 지난해 파이널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잔류를 확장한 기억이 있다. 김영광은 “간절해야 한다. 한 경기 뛰고 그 다음 경기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늘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하면서 “팬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다. 강팀 울산 상대로 홈에서 승리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마무리했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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