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맨' 정찬헌, 친정팀 LG 상대로 승부는 승부, 우정은 우정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투수와 포수는 서로를 믿고 신뢰해야하며 부족만 면을 채워주는 부부 관계와 비슷하다. 투수와 포수의 조합을 배터리라 부르며 두 선수은 남다른 친밀함을 유지한다.

정찬헌과 유강남은 지난 7월 정찬헌이 키움으로 트레이드 되기 전까지 LG에서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췄다.

정찬헌은 트레이드 후 LG 상대로 잠실야구장 첫 선발 등판이었고 감회가 새로웠다. 경기 전 그동안 응원해 준 LG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시작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두 선수가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만루 상황에서 투수와 타자로 만났다.

4회말 무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유강남은 정찬헌의 투심과 슬라이더 유인구를 여유롭게 지켜보며 밀어내기 볼넷으로 추격하는 타점을 기록했다.

희비가 갈리는 상황이었지만 웃지 않았고 두 선수는 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고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였다.

정찬헌은 친정팀 LG를 상대로 올 시즌 최다 투구인 105구를 투구하며 5이닝 3실점 퀼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2회를 제외하면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로 잘 버텨냈다.

오지환은 5이닝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정찬헌과 따뜻한 시선을 주고받으며 손을 잡는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라운드 위에선 양보 없는 냉정한 승부를 펼쳤지만 이닝이 교체될 때는 따뜻한 우정을 나눴다.

정찬헌의 투구는 갈 길 바쁜 친정팀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지난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LG전 선발로 나섰다가 최악의 투구를 한 것에 대한 복수였다.

[친정팀 LG 상대로 잠실야구장에 등판한 정찬헌과 LG의 옛동료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