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끊고, 2위 탈환…'에이스' 켈리의 111구에 묻어난 '책임감' [MD포인트]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의 '책임감'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에이스' 답게 팀의 연패를 끊고, 2위 탈환의 선봉장에 섰다.

켈리는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시즌 14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111구, 4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켈리는 이날 최고 151km의 포심 패스트볼(44구)를 바탕으로 슬라이더(23구)-커브(22구)-체인지업(12구)-투심(10구)를 섞어 던지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켈리는 최근 '큰 결단'을 내렸다. 임신한 아내가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출산 휴가를 쓰고 미국으로 건너가지 않고, 1994년 이후 27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팀에 남아 힘을 보태는 것을 선택했다.

류지현 감독은 최근 "켈리가 참 고맙다. 본인 생각만 했다면, 출산휴가를 달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팀에서 3년을 뛰었고, 힘든 결정을 해준 것을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켈리의 '희생정신'과 '책임감'은 15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빛났다. 치열한 순위권 다툼을 펼치는 삼성과 경기인 만큼 투구수 100구가 임박한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켈리는 올 시즌 최다 투구수인 111구를 투구하며 삼성 타선을 1점으로 봉쇄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켈리는 1회 구자욱-박승규-오재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깔끔한 삼자범퇴로 묶었다. 하지만 2회말 선두타자 호세 피렐레에게 안타를 내주는 등 2사 3루의 위기에 몰렸고, 김헌곤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가 급격하게 불어나기 시작한 것은 3회였다. 켈리는 선두타자 김도환과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고, 후속타자 구자욱과도 8구 승부 끝에 삼진을 뽑아내는 등 삼성 타선이 끈질긴 승부에 애를 먹었다.

특히 이날은 제구에서도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다. 켈리는 4회말에도 피렐라와 이원석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는 등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힘겨운 상황에서도 켈리는 삼성 타선을 묶으며 5회까지 투구를 마쳤고, 승리 요건을 손에 넣었다. 투구수 97구.

5회까지 켈리의 투구 내용이 썩 좋지는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6회에는 투수 교체가 예상됐다. 하지만 켈리는 6회에도 마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오재일과 피렐라를 각각 4구 만에 땅볼로 잡아냈다. 이후 이원석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흔들림 없이 김지찬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제 몫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켈리의 호투 덕분에 LG는 최근 2연패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삼성을 끌어내리고 다시 단독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켈리는 5이닝 이상 투구를 49경기로 늘렸고, 3시즌 연속 10승을 달성하게 됐다.

[LG 켈리가 15일 오후 대구광역시 고산동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1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 vs LG트윈스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 = 대구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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