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용 개 따로 있나? 김희철 유기견 발언 부적절했다 [박윤진의 틈]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초보 애견인들에게 절대 추천하지 않는 유기견."

이러한 편견을 조장하는 발언이 오늘도 어딘가에서 새로운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유기동물들의 기회를 무참히 날려버렸는지 모른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지말고 입양하자'는 캠페인 구호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가수 김희철의 부적절한 말 한마디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일부 시청자들과 동물권단체들은 유기견을 반려하기 어려운 동물로 일반화시킨 김희철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지만, 당사자는 악플러들이 짜집기해 루머를 만들었다며 분노하고 있다.

김희철은 지난 26일 종합편성채널 JTBC '개취존중 여행배틀-펫키지'(이하 '펫키지')에서 "유기견을 키운다는 게 진짜 대단한 거 같다"며 "진짜 솔직한 말로 강아지 선생님, 전문가들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한테 유기견을 절대 추천 안 한다"고 말했다. "유기견들이 한번 상처를 받아서 사람한테 적응하는 게 너무 오래 걸린다"면서 "그러면 강아지 모르는 사람도 상처받고 강아지도 또 상처받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더해 제작진은 '초보 애견인들에게 절대 추천하지 않는 유기견'이란 자막으로 해당 발언을 강조했다.

이는 김희철이 이날 방송에 함께 출연한 유기견을 소개하고 입양자를 칭찬하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었지만, 유기견을 데려다 놓고 초보 애견인들에게는 어려운 동물이라는 차별 프레임을 씌워 논란을 유발했다.

모든 동물을 편견 없이 다뤄야 하는 제작진도 문제의 발언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거나 편집해내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미 인스타그램 등에선 유기동물을 가족으로 맞은 반려인들을 중심으로 '초보자용 개는 없습니다'라는 해시태그(#) 문구가 확산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김희철은 30일 오후 자신의 트위치 채널을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오해를 풀기는커녕 또 다시 "유기견이 왜 유기견이냐. 이미 한번 버려져서 상처가 큰 강아지"라며 과도한 일반화로 편견을 부추겼다.

"사랑으로 보살피는 게 너무 예쁜 마음이긴 하지만 사랑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며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는 척하면서 "강아지들은 기억력이 좋다. 상처나 트라우마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유기견의 습관이라는 게 사람을 더 무서워하고 경계할 수 있다"고 재차 선입견을 드러냈다.

그는 또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도대체 귀가 어떻게 생겼길래 이렇게 삐딱하게 해석하고, 퍼트릴 수 있는 거냐" "달팽이관에서 달팽이가 자라냐"고 거칠게 비꼬았다.

김희철은 여성 중심 성향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는 제작진의 보고를 전하면서는 화를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희철은 초보 반려인에게 어떤 동물을 추천해줄 수 있는 걸까. 다루기 쉽고, 구김살 없는 건강한 '애완동물'이어야 하나. 그건 또 어디에서 데려올 수 있나.

[사진 = JTBC 방송 화면, 트위치 '김희철입니다' 영상]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