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가이’, 트루먼이 매트릭스를 만났을 때[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평범한 직장, 절친 그리고 한 잔의 커피. 평화로운 일상 속 때론 총격전과 날강도가 나타나는 버라이어티한 '프리시티'에 살고 있는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그에게 우연히 미모의 여인 ‘밀리 & 몰로토프걸’(조디 코머)이 나타난다. 갖은 노력 끝에 다시 만난 그는 가이가 비디오게임 '프리시티'에 사는 NPC(Non-Player Character.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이고, 이 세상은 곧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혼란에 빠진 가이는 프리시티의 파괴를 막기 위해 더 이상 배경 캐릭터가 아닌,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2018년 여름, 숀 레비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프리가이’ 대본을 읽었어. 내가 대단한 비디오 게이머는 아니지만, 새로운 트루먼쇼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피터 위어 감독의 ‘트루먼쇼’에서 트루먼(짐 캐리)은 30년 동안 부모, 친구, 이웃, 심지어 아내 역할로 고용된 배우들과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다가 점차 자신이 “진정한 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 트루먼이 가상세계를 벗어나듯, ‘프리가이’의 가이 역시 단순한 배경 캐릭터이기를 거부하고 주체적인 인물로 거듭나기 위해 위험한 모험에 나선다.

‘프리가이’는 트루먼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던(누군가에 의해 조종되고, 수동적으로 살아가야하는) 가이가 ‘매트릭스’와 같은 세계를 박차고 나서는 이야기다.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와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가 가상세계에 갇힌 네오(키아누 리브스)를 깨우듯, 밀리 & 몰로토프걸과 천재 프로그래머 키스(조 키어리)는 배경 캐릭터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가이의 각성을 돕는다. 가이는 자신과 같은 수많은 NPC들에게 자유를 가르쳐주고 함께 행동한다는 점에서 ‘매트릭스’의 네오와 다르다. 인공지능의 음울한 지배를 그린 ‘매트릭스’와 달리, 인공지능의 유쾌한 반란을 다룬 것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프리가이’는 버려지고 소외된 인물을 보듬는 숀 레비 감독의 따뜻한 마음이 살아 숨쉰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엉뚱한 사업 아이템으로 하는 일 마다 늘 실패만 하는 래리 델리(벤 스틸러)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에게만큼은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자연사 박물관 야간 경비원에 취직한 이후 모험을 겪는다. ‘리얼스틸’의 전직 복서 출신 찰리 켄튼(휴 잭맨) 역시 지하의 복싱 세계를 전전하며 삼류 프로모터로 살아가다 고물로봇과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가이는 정해진 규칙대로만 살아야하는 운명을 거부한다. 모두 평범한 인물이지만, 그들에게도 히어로의 본성이 꿈틀거린다. 그의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더 이상 누군가의 배경이 아니다.”

[사진=디즈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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