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들었다 놨다…콘도 켄스케가 지배한 한·일전 [도쿄올림픽]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G.G. 사토 악몽'이 떠오를 뻔했다. 콘도 켄스케(니혼햄 파이터스)가 일본 대표팀을 들었다 놨다.

일본은 4일 일본 요코하마의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 한국과 맞대결에서 5-2로 승리하며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은 준결승전을 한 번 더 치르게 됐다.

이날 경기는 일본의 입장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G.G. 사토의 악몽'이 떠오를 법한 경기였다. 콘도 켄스케의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에 6-2로 패했다. 당시 일본은 좌익수 G.G. 사토가 고영민이 친 타구를 잡았다가 놓치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하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빼앗겼고, 패배와 직결됐다. 한국은 G.G. 사토의 실책에 힘입어 결승전에 진출,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일본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미국에 패하며 4위에 머물렀다.

일본 언론은 도쿄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G.G. 사토 악몽'을 매우 경계해 왔다. 중견수 야나기타 유키(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부상으로 평가전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기 때문. 대회가 본격 시작된 이후 야니기타가 큰 이상 없이 복귀하면서 G.G. 사토 악몽에 대한 우려는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 준결승전에서 치명적인 실책에 발목을 잡힐 뻔했다.

일본이 0-2로 앞선 6회초. 박해민이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상대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 물꼬를 텄다. 이때 좌익수 콘도 켄스케가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안일한 수비를 범했고, 박해민은 2루 베이스까지 훔쳤다. 일본은 콘도의 실책이 빌미가 돼 강백호, 김현수에게 각각 적시타를 맞고 2-2 동점을 내줬다.

콘도는 포수로 데뷔했지만, 장점인 타격을 살리기 위해 2014년부터는 외야와 3루, 지명타자 등으로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콘도는 외야수로 많은 경기에 나섰지만, 사실 지명타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지명타자로 베스트나인에 선정, 올스타전에도 나섰기 때문이다.

여러 포지션을 겪은 만큼 수비 또한 좋은 선수가 아니다. 콘도는 2019년 86경기에 외야수로 출전했으나, 수비 지표 UZR은 -1.3으로 리그 최하위였다. 지난해에는 UZR이 -4.5까지 떨어졌다. 해를 거듭할 수록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콘도가 결국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하지만 일본은 콘도의 땅볼 출루에 힘입어 결국 경기를 잡았다. 콘도는 8회 1사 1루에서 친 타구가 병살타가 되면서 흐름이 끊길 뻔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1루에서는 세이프 판정을 받으며 기회를 이어갔다. 일본은 이후 만루 찬스를 잡았고, 야마다 테츠토가 3타점 2루타를 뽑아내며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콘도의 실책으로 경기를 가져오는 듯했지만, 콘도를 잡지 못한 것이 빌미가 돼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콘도 켄스케. 사진 = AFPBBNEWS]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