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11월생 '두 개띠 감독'의 '운'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김경문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감독과 마이크 소시아 미국 야구 대표팀 감독은 비슷한 점이 많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1958년 개띠이다. 태어난 달도 11월생으로 같다. 김경문 감독은 11월1일, 소시아 감독은 11월27일. 김경문 감독이 26일 먼저 태어났다.

두 사람은 포수 출신이다. 소시아 감독은 1980년 LA다저스를 시작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에서 1994년까지 뛰며 안방을 책임졌다. 소시아 감독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애너하임(LA) 에인절스 한 팀에서만 지휘봉을 잡았다.

김경문 감독도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OB베어스 태평양 돌핀스 등에서 1991년까지 뛰었다.김경문 감독은 2003년 10월 두산 베어스 사령탑을 시작으로 NC 다이노스 초대 감독을 맡는 등 2018년 6월까지 프로야구 감독을 역임했다.

나이도 똑같고 포지션도 똑같고 프로야구 경험과 감독 경험도 엇 비슷하다. 하나, 두 사람의 스타일은 달랐다. 김경문 감독은 뚝심의 야구, 믿음의 야구로 표현되는 경기스타일을 선보였다.

반면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스몰볼을 추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스몰볼을 추구한 몇 안되는 사령탑이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두 사람은 자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선보였다. 소시아 감독은 31일 대한민국전에서 닉 마르티네즈를 선발로 내세웠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그였기에 한국전 맞춤 선발로 봐야한다.

수비에서도 오지환과 오재일 타석때 수비 시프트를 선보였다. 스몰볼을 추구하는 소시아 감독이었기에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을 이미 다 파악한 상태에서 나온 수비 포메이션이었을 것으로 보였다.

후반 투수교체때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밀고 나갔다. 선발 닉 마르티네스가 삼진 9개를 잡아내며 워낙 잘 던졌음에도 6회 스콧 맥고프로 교체하면서 매이닝 마운드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승리를 지켜내는 모습이었다. 운을 그냥 운에 맡겨놓는 것이 이니라 개척해 나가는, 만들어낸다는 느낌이다

김경문 감독도 믿음의 야구를 보여줬다. 일단 선발 투수 고영표는 사이드암이었다. 대체로 미국 타자들이 사이드암이나 언더스로 투수에게 약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미국전 선발투수로 일찌감치 낙점한 것으로 생각됐다. 그런데 이스라엘전도 그랬지만 자꾸만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타자들 가운데 아주 인상적인 타자가 한명 있었다. 4번타자 트리스톤 카사스였다. 덩치가 6피트4인치 252파운드다. 193cm에 114kg의 거구고 팀의 4번타자였는데 그는 방망이를 한뼘 정도 짧게 잡았다.

워낙 힘이 좋은 탓에 짧게 잡아도 정확히 맞기만 한다면 장타가 나온다는 것을 의식했을 것이다.그는 4회 고영표의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정확하게 당겼는데 홈런으로 연결됐다.

특히 이 타석에서 고영표는 사이드암. 타석에서는 왼손타자. 김경문 감독은 그냥 지켜만 봤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믿어 붙였다가 당했다. 고영표나 김경문 감독도 미국 타자들의 힘을 과소평가한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5회 닉 알렌한테 달아나는 솔로포를 맞은 후에도 김경문 감독은 고영표를 교체하지 않았다. 마치 프로야구 정규시즌처럼 선발투수에게 5회까지 던지게 하는 것처럼 믿고 맡겨 놓았다. 결과는 김경문 감독의 완패.

올림픽은 단기전이다. 믿고 맡기는 뚝심보다는 세밀한 분석으로 빠른 투수교체로 한경기 한경기 풀어나가야 한다.

김경문 감독은 뚝심의 야구만 고집하다가 결국 올림픽에서 첫 패를 당했다. ‘운장’의 운명이 다하는 느낌이다.

[미국전에 패한 한국야구 대표팀.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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