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소 "연기 포기 순간 만난 '기생충'…'방법'으로 한 단계 성장"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기생충' 출연 전 배우를 그만둘 생각도 했어요. '기생충'은 첫 발걸음이자 첫 사춘기예요. 다시 연기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줬죠. '방법'은 '기생충'으로 밟은 첫 번째 계단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한 단계 더 성장하게 해줬어요."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다혜 역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배우 정지소의 말이다. 지난해 3월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방법'의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확장한 '방법: 재차의'로 스크린 컴백을 앞둔 정지소는 27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인터넷에 이름을 치면 '기생충' 관련 사진이나 기사가 많이 나온다. ''기생충'의 다혜로만 강하게 인식된 게 아닌가?' 싶었다. '방법'의 소진은 색깔도 강하고 캐릭터가 센 편이어서 완벽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방법: 재차의'는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미스터리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로, '방법'의 3년 후를 그린다. 방법은 한자 이름과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 재차의는 한국 전통 설화 속 요괴의 일종으로 되살아난 시체를 뜻한다.

정지소는 무당의 딸로 태어나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지닌 방법사 백소진을 연기했다. 3년 전 자신의 몸에 악귀를 가두고 홀연히 자취를 감춘 후, 재차의가 벌인 연쇄살인사건을 막으려다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 임진희 앞에 다시 나타난다. 정지소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독립뉴스채널 '도시탐정'을 운영하는 전직 사회부 기자 임진희 역의 배우 엄지원과 짙어진 다크 워맨스를 보여준 것은 물론,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파워풀한 액션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선보여 더욱 대담한 활약을 예고했다.

정지소는 "드라마에서 소진은 어리숙했다. 시간이 지난 만큼 쓸 수 있는 능력을 유연하게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성숙해 보이고 싶어서 체중 관리도 했다. '방법' 때는 삼시 세끼를 챙겨 먹었는데 영화에서는 다크하고 날렵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 식단을 타이트하게 바꾸고 촬영했다. 적게 먹고 액션 연습을 많이 해서 체중이 저절로 빠졌다"라고 캐릭터 소화를 위한 노력을 짚었다.

또 "'방법'에서는 크게 역동적인 액션이 들어있지 않았다.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욕심났던 액션이 많아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영화를 보니 효과가 많이 들어가고 멋있는 음악도 들어가서 한 것보다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정지소는 영화 공개를 하루 앞둔 기분을 묻자 "드라마를 보지 않은 시청자도 영화를 볼 텐데 드라마를 안 봐도 충분히 이해될 스토리가 많이 담겨 있다"라며 "많이 떨린다. 원래 개봉이나 첫 방송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좋은 성과가 나온 것 같아 조금 더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엄지원과 두 차례 호흡하며 더욱 가까워졌다는 정지소는 "엄지원 선배에게 조금 더 다가가고 싶었다. 친화력 있게 대해주셨다"라며 "영화에서 다시 만났을 때 많이 반가웠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선배와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 주고받는 리듬이 더욱 편했다. 워맨스라는 주제로 함께 언급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돌이켰다.

롤모델은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이다. 정지소는 "드라마를 위해 살을 뺄 때 핸드폰 배경화면의 틸다 스윈튼 선배를 보며 의지를 다졌다. 배우로서 더 다양한 모습과 얼굴, 분위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틸다 스윈튼 선배를 보며 생긴 꿈이다. 틸다 스윈튼 선배는 어떤 작품에 나오든 항상 다른 표정과 분위기를 보여줘 존경스럽다"고 설명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동하던 정지소는 2012년 데뷔 후 드라마 '기황후', '내 생애 봄날', 'W'에서 아역배우로 활동하다가 '기생충'을 통해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최근에는 드라마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이미테이션'으로 안방극장을 쉴 틈 없이 누볐다.

정지소는 봉준호 감독과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다며 "'방법'이 방송될 때도 감독님께서 응원의 문자를 보내주곤 하셨다. 화이팅할 만한 멘트를 보내주셨다. 어떤 의미 있는 말보다 감독님이 보내주신 문자 하나에 큰 자신감을 얻었다. 다시 연기하게 해주신 감독님이다보니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봉준호 감독에 이어 '방법: 재차의'에선 K-좀비 열풍의 주역, 연상호 감독과 협업했다. 정지소는 "아직 연기가 부족하고 경력이 그리 많지 않다.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 좋은 감독님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 실감 나지 않는다. '방법: 재차의'를 찍으며 연상호 감독님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최대한 감독님의 작품을 많이 보고 재차의의 색깔을 이해했다. 조화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방법: 재차의'는 28일 개봉한다.

[사진 = CJ ENM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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