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金 없지만…’ 이대훈, 커리어·매너는 금빛이었다 [도쿄올림픽]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이대훈(29·대전시청)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비록 마지막 목표였던 올림픽 금메달은 무산됐지만, 어느 태권도스타 못지않게 화려한 커리어를 쌓은 후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대훈은 지난 25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동메달결정전에서 자오 슈아이(중국)에 15-17로 패했다. 이대훈은 동메달 획득에 실패한 후 현지에 있는 국내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이대훈이 11년 국가대표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아버지가 태권도장을 운영한 데에 영향을 받아 태권도에 입문한 이대훈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화려하게 데뷔했다. 63kg급에 출전, 고교생 신분으로 유일하게 금메달을 획득하며 이름을 알린 것. 이대훈은 뛰어난 기량에 잘생긴 외모까지 지녀 광저우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일약 한국 태권도 간판스타로 부상했다.

이대훈은 이후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차례 금메달을 획득한 이대훈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이르기까지 3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올림픽에서도 꾸준히 발자취를 남겼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체급을 조정, 58kg급에 출전한 이대훈은 은메달을 수확하며 세계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어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68kg급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대훈에게 남은 목표는 개인 첫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은 올림픽이기도 했지만, 이대훈의 꿈은 복병을 만나 무너졌다. 16강서 울루그벡 라시토프(우즈베키스탄)에게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 금메달을 향한 여정이 조기에 막을 내린 것.

이대훈은 극적으로 패자부활전에 진출해 동메달결정전까지 올랐지만, 자오 슈아이(중국)에게 석패를 당해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 태권도서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은 여자 국가대표 황경선만 달성한 기록이었다.

비록 이대훈은 남자 태권도 최초의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국가대표로서 11년 커리어는 두 말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앞서 언급했듯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에 아시아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더하면 국제무대에서 따낸 금메달은 10개를 훌떡 넘는다.

훌륭한 경기 매너까지 보여주며 스포츠맨십을 실천했다. 이대훈은 리우올림픽 8강서 패했지만, 상대인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의 손을 직접 들어주며 4강 진출을 축하한 바 있다. 태권도, 올림픽을 대하는 이대훈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단편적인 예였다. 이대훈은 비록 올림픽 금메달을 못 따낸 채 현역생활을 마무리했지만, 반짝반짝 빛난 커리어였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이대훈.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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