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성 깨부순 '방법: 재차의', 좀비 영화의 신기원 [양유진의 클로즈업]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영화 '방법: 재차의' 속 주술로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在此矣)는 예상 가능한 좀비의 범주를 보기 좋게 벗어난다. 괴상한 소리를 내며 느리게 움직이는 굼뜬 좀비가 아닌 초인적인 속도와 힘을 겸비해 차별화를 꾀했다. 잿빛 얼굴, 검은 입술을 가진 재차의는 사람처럼 움직이고 심지어 운전까지 한다.

지난해 3월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방법'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넓힌 '방법: 재차의'는 '부산행', '반도', '서울역'으로 K-좀비 열풍을 이끈 연상호 작가와 한국 샤머니즘과 오컬트를 접목한 '방법'으로 호평받은 김용완 감독의 합작품이다. '방법'이 토착 신앙을 활용해 색다른 스릴러를 보여줬다면, '방법: 재차의'는 인도네시아 무속 신앙에 휘몰아치는 액션을 접합시켜 세계관을 확장했다.

어느 날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은 경찰을 혼란에 빠뜨린다. 피해자와 함께 죽은 채로 발견된 용의자가 3개월 전 사망한 시신이었던 것이다.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전직 사회부 기자 임진희(엄지원)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의문의 남자에게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는다.

모두의 주목 속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범인은 재차의에 의한 세 번의 살인을 예고한다. 첫 번째 살인이 예고된 날, 재차의 군단은 무차별 공격을 하기 시작한다. 배후를 직감한 임진희와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방법사 백소진(정지소)은 미스터리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다.

재차의는 조선 중기 문신 성현(成俔)의 고서 용재총화에 등장하는 요괴다. 연 작가는 아시아의 괴담을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하다가 주술사의 조종을 받으면 목표물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재차의를 소재로 다뤘다. 손과 발이 검고 사람의 말을 그대로 할 줄 아는 이 재차의는 러닝타임 내내 예측을 불허한다.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절도 있게 동작하고 시종일관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며 좀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섬뜩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의 백미는 카체이싱 시퀀스다. 일제히 택시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은 재차의 군단은 자동차를 이리저리 뛰어넘고 매달리며 휘몰아치는 쾌감을 선사한다. 터널이라는 좁고 긴 밀폐된 공간을 배경으로 박진감과 긴장감을 더한 것은 물론, 90% 이상 실제로 촬영해 완성도를 높였다. 재차의를 연기한 배우진은 약 두 달간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절제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방법'의 뒷이야기를 다루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은 관객도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게 전개된다. 곳곳에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져 있어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끝까지 관객의 손을 놓지 않는다.

오는 28일 개봉. 러닝타임 109분.

[사진 = CJ ENM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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