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후반기 죽음의 레이스? 자초한 일, 불만은 넣어둬[김진성의 야농벗기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불만은 넣어둬야 한다.

KBO리그 후반기(8월10일 시작)가 '죽음의 레이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미 적지 않은 경기가 우천취소 혹은 코로나19 이슈로 추후로 연기됐다. 이런 상황서 12일 이사회를 통해 13~18일 30경기까지 후반기로 미뤘다.

이 과정에서 두산과 NC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대체 엔트리 활용으로 엄연히 손해를 본 구단들이 있었다. 그러나 KBO 이사회는 두산과 NC에서 대규모 확진자 포함 자가격리자가 나오자 코로나19 관련 규정까지 손질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는 마스크를 쓰기 힘들다. 그렇다면 선수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대규모 자가격리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KBO는 그 비율이 전체 구성원의 50%가 넘어가면 해당 팀의 2주 일정 취소 혹은 리그 중단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즉, KBO리그는 도쿄올림픽 이후 선수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올 때마다 리그 중단을 넘어 144경기 완주 위협을 받는다. 리그 중단이 한 차례라도 더 나오면 죽음의 레이스를 넘어 '겨울야구'까지 각오해야 한다. 144경기 완주 실패는 구단들에 가장 두려운 일이다. KBO는 지난해처럼 11월 특정시점부터 포스트시즌 고척돔 중립경기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유의 12월 한국시리즈가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두산과 NC를 제외한 대부분 구단은 후반기에 확진자 발생 시 2군 전력 대거 수혈에 의한 전력약화 우려를 팬들과의 약속(기존 매뉴얼 적용)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외국인선수의 영입 혹은 회복, 부진 혹은 부상한 선수들의 복귀 등 100% 전력에 대한 '행복회로'를 돌리며 리그 중단을 주장한 두산과 NC에 동조했다. 물론 이사회서 리그 중단에 반대한 구단도 있었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리그 중단을 막지 못했다.

때문에 10개 구단은 후반기에 잦은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 숱한 일정변경 등을 각오해야 한다.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8~9월 우천취소 경기도 적지 않았다. 당연히 그에 대한 10개 구단 구성원들의 불만은 넣어둬야 한다. 빡빡한 일정으로 부상자가 발생하고 경기력이 떨어져 팬들에게 질타를 받거나 외면 당해도 감수해야 한다. 10개 구단이 자초한 일이다.

코로나19에 걸리는 게 죄는 아니다. 정말 리그 진행에 중차대한 일이 벌어지면 리그를 잠시 중단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의사결정 배경과 과정의 합리성이다. KBO와 10개 구단은 미리 정한 원칙과 팬심을 거부하고 눈 앞의 이기주의를 앞세워 사실상 담합을 했다.

후반기에 최대한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려면 확진자를 최소화하는 것만이 답이다. 그동안 '턱스크', '코스크' 등 중계방송사 화면에 잡힌 덕아웃의 선수단 모습은 느슨하기 그지 없었다. 철저한 방역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확진자가 나오면 10개 구단이 고스란히 시즌 막판 일정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비난은 순간이고 성적은 영원하겠지만,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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