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위도우’, 25살 플로렌스 퓨에 ‘덕통사고’ 당했다[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블랙위도우’를 관람한 마블팬들은 스칼렛 요한슨을 보러 갔다가 플로렌스 퓨에 덕통사고(교통사고처럼 우연하고 갑작스럽게 어떤 분야의 팬이나 마니아가 됨) 당했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플로렌스 퓨는 가벼운 코미디 연기부터 압도적 액션신,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과 뭉클한 자매애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반짝 스타’가 아니다. 서서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다 ‘블랙위도우’에서 폭발시켰다.

2014년 영화 '폴링'으로 데뷔한 그는 2016년 '레이디 맥베스'에서 캐서린 레스터 역을 맡아 영국 독립 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았다. 극중에서 캐서린은 코르셋에 갇히고, 계단과 창틀 안에 갇힌 여성이다. 어느날 욕망에 눈을 뜨며, 급기야 자신을 짓눌렀던 가부장적 질서를 무너뜨린다. 박찬욱 감독은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니었는데 많은 감정이 억제된 가운데서 강렬하게 인물을 표현했다”고 호평하며 플로렌스 퓨를 ‘리틀 드러머 걸’에 캐스팅했다.

‘작은 아씨들’에서도 플로렌스 퓨의 연기는 도드라진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작가로 성장하는 조 마치(시얼샤 로넌)에게 매료돼 영화를 만들었지만,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에게도 공을 들였다. 언니의 원고를 불태우는 등 말썽을 피우지만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막내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고모(메릴 스트립)를 따라 유럽까지 동행하는 그는 언니 조 마치를 사랑했던 로리(티모시 샬라메)와 결혼하는 당찬 여성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루이자 메이 올컷의 원작소설에는 없는 대사로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따분한 가족 이야기를 누가 읽겠느냐고 푸념하던 언니에게 “그런 글을 안 쓰니까 안 중요해 보이지 않는거지”라고 말한다. “글은 중요성을 반영하지 부여하진 않아”라는 언니의 반응에, 그는 “내 생각은 달라. 계속 써야 더 중요해지는거야”라고 답한다. 여성의 삶과 여성영화도 계속 그려지고 제작되어야 중요해지는 법이다.

‘레이디 맥베스’ ‘작은 아씨들’ ‘블랙 위도우’를 관통하는 플로렌스 퓨의 이미지는 ‘갇혀 있지 않는 여성’이다. ‘블랙위도우’의 옐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비밀병기로 길러진 삶을 박차고 나와 동료들의 해방을 위해 몸을 던진다. 쿠키영상의 강렬한 마무리까지 접하고 나면, 앞으로 펼쳐질 MCU 페이즈4에서 그의 활약상이 궁금해진다. 스칼렛 요한슨이 ‘아이언맨2’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나이가 25살이었다. 올해 플로렌스 퓨와 같은 나이다.

'블랙위도우' 플로렌스 퓨의 등장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가장 멋진 세대교체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 = 디즈니, 소니픽처스, 씨네룩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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