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 신혼집·아내 얼굴 공개→52년 만에 친구와 '눈물 재회' ('TV는 사랑을 싣고') [종합]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엄영수가 52년 만에 그리웠던 친구와 만났다.

2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TV는 사랑을 싣고’에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언 엄영수가 출연했다.

이날 MC 김원희와 현주엽이 지난 2월 6일 결혼한 엄영수의 신혼집을 찾았다. 현주엽이 결혼 4개월 차 신혼부부를 위해 원앙 한 쌍을 건넸고, 엄영수는 “결혼 축하 선물로는 최고”라고 화답했다.

신혼집에서 눈길을 끈 것은 하얀 소파. 김원희가 “신혼 때 하얀 소파 산다”고 하자 엄영수가 새 신부를 맞이하기 소파 천갈이를 한 것이라 설명했다.

엄영수는 “있는 거 그대로 놓고 겉만 전부 바꾼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그런다. ‘엄영수 씨는 부인들은 가끔 바뀌는데 집은 그대로’라고. 보통 다른 사람들은 부인들이 사시는 집에 살고 남편이 짐을 싸서 나가는데 왜 엄영수 씨는 매일 그 집에 계시냐고 한다. 저는 30여 년 가까이 이 집에 살았다”고 말했다.

엄영수 아내의 사진을 본 MC들이 미모에 대해 칭찬하기도. 엄영수는 “영화배우 겸 모델 겸 탤런트 겸 정말 연예인을 방불케 하는”이라며 아내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엄영수는 21년째 코미디협회장을 역임 중. 그는 “투표를 하는데 왜 제가 계속하냐면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무엇보다도 자금이 있어야 한다. 각종 애경사를 치러야 되고 선배님들 모셔야 되고 병원에 위문을 가야 되고 장례식을 치러야 되고. 협회 자금이라는 게 없다. 우리가 850명 코미디언이 있는데 방송에서 필요한 사람은 한 150명밖에 안 된다. 그럼 700명은 일이 없다. 그래서 회장이 자금을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엄영수가 찾고 싶은 사람은 중학교 시절 친구. 엄영수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연결이 되는데 내 레이더망에 안 걸리는 유일한 사람이 있다. 고1 때 가출해서 서울로 왔을 때 저를 너무나도 따뜻하게, 반갑게 맞이해주고 보살펴준 정명수라는 친구가 있다”며 고마운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그는 “서울에 가서 뜻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가출을 했다. 서울로 오니까 낯설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하지 않나. 오갈 데가 없어서 그 친구를 찾아갔다. 그 친구 역시 꿈을 실현하려고 서울에 왔지만 여의치 않아서 자취하면서 직장에 나가고 있었다. 한 열흘 정도 먹고 재워주고 용돈도 줬다. 가라는 소리도 안 하고 나를 걱정하면서 ‘어떡하냐. 여기서 헤쳐나가야 되는데. 그런데 너는 공부를 해야 되지 않나’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엄영수는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소식을 모르고 아마 죽은 것 같다고 했다며 “저도 찾았는데 운명했으면 그게 겁이 나서 묻어두고 지냈다. 저도 이제 나이가 70세가 되는데 만약 치매라도 오면 저런 친구가 있었는지도 모를 거 아니냐”며 “그 친구를 한번 찾는 게 내가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코미디언이 된 계기도 공개됐다. “어릴 때 가정이 불우했다”는 엄영수는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졌다며 “아버지가 원산에서 상업학교를 나오셨다. 남한에 피난 오셔서 일을 하셔야 되는데 ‘내가 가장 많이 알고 유식한데 내가 저 사람보다 못 사는 건 말이 안 돼’ 이러면서 일을 안 하셨다. 그리고 빚보증을 많이 섰다. 웃을 일이 없지 않나. 내가 웃겼을 때 사람들이 웃으면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코미디언이 되려고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1 때 가출, 서울에 온 엄영수는 공사장에서 노숙을 하며 허드렛일을 했다고. 하지만 힘들어진 노숙 생활에 친구를 찾아갔고, 열흘 동안 신세를 졌다고 떠올렸다.

가출한 지 4개월, 형이 찾아왔다고. 부모님이 서울 유학을 원하는 아들의 꿈을 받아들인 것. 서울 고등학교에 진학한 엄영수는 “400명 정도가 시험을 봤다고 치면 6등인가 5등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꿈에 그리던 서울의 고등학교에 재입학을 했고, 홍익대 화공과에 진학했다.

엄영수는 “(대학교) 2학년 다니다가 다리를 쓰레기차에 치였다”며 교통사고로 왼쪽 엄지발가락이 잘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다친 건 하늘이 도운 거다. 이만큼 능력이 모자라니까 노력을 더 해야 된다. 집에만 있으니까 책 많이 보지, 공부하게 되지, 모니터하며 여러 작품들을 보지. 전화위복이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엄영수의 친구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친구가 아버지의 성을 따라 개명을 했던 것. 우여곡절 끝에 52년 만에 그리웠던 친구를 만난 엄영수는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사진 = KBS 2TV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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