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 첫 승은 아버지에게 받은 선물 "즐기는 자에게 여유가 생긴다"[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아버지가 준 선물인 것 같다."

LG 우완 임찬규는 4월 24일 한화전서 1⅓이닝 5피안타 2탈삼진 5볼넷 8실점(7자책)을 기록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시즌 준비가 순탄치 않았고, 예상대로 시즌 첫 2경기서 패 평균자책점 21.21로 부진했다.

2개월만에 마운드로 돌아왔다. 22일 인천 SSG전서 다른 사람이 됐다. 7이닝 2피안타 4탈삼진 4볼넷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패스트볼 구속이 최고 146km까지 나왔고, 커브, 슬라이더(본인은 컷패스트볼이라고 설명), 체인지업을 섞어 SSG 타선을 완벽에 가깝게 묶었다.

임찬규는 최근 아버지를 떠나 보냈다. 임찬규의 아버지는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2군에서 다시 준비하는 임찬규로선 마음을 잡기 힘든 상황일 수 있었다. 그러나 임찬규는 오히려 아버지의 말씀을 새겨듣고 다시 준비해 1군에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임찬규는 "(첫 승, 구속 향상은)아버지가 준 선물인 것 같다. 따로 뭘 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쫓기면 안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살아라'고 했다. 볼넷도 신경 안 쓰였다. 똑같이 경기를 했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임찬규는 "슬라이더의 경우, 내겐 커터인데 2군에서 '아버지가 준 선물이니 받아봐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2군에서 계속 좋았다. 직구 구속이 나오고 커터가 잘 들어갔는데 체인지업이 1회에 되게 좋지 않았다 원래 체인지업이 안 되면 직구, 커브 위주로 하다 힘들게 가는데 커터와 직구 섞으며 좋은 경기내용을 보여줬다. 아버지 말씀대로만 했다 재미 있게, 아무 생각 없이 했다"라고 했다.

아버지의 힘으로 포피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임찬규는 "되게 신기하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슬라이더 노래를 불렀다 재작년, 작년 내내 슬라이더 연습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쉽게 이렇게 되고 나서 좋아졌다. 아버지가 큰 선물을 준 것 같다 그날, 그날 되는 구종을 골라 쓰면서 2스트라이크를 선점하면 타자들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니 편한 건 있다. 우타자 상대 체인지업을 던지면 더 좋을 것이다"라고 했다.

첫 승을 거두고 나니 아버지 생각이 다시 났다. 임찬규는 "끝나고 나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버지가 보셨다면 너무 좋았을 것이다. 145km 이상, 슬라이더에 행복하게 즐기면서 야구하는 모습을 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겨울에 계속 아버지의 몸이 안 좋았고 2군에선 어깨도 아팠다. 그 와중에 아버지 상도 당했다. 내 야구인생이 달라진 것 같다.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라고 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주옥과도 같았다. 임찬규는 "어느 자리에 있든 '쫓기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 쫓긴다, 100승 투수든 야구선수가 아니든 어떤 사람이든 쫓기지 말고 즐기는 자에게 여유도 생긴다'라고 하셨다. 그걸 이제서야 깨닫는다"라고 했다.

끝으로 임찬규는 "수비도 너무 집중해주고 수월해서 해줘서 고맙다. 잘 풀린 날이다. 팀에 그동안 공헌한 게 하나도 없어서 너무 미안했고 앞으로 벤치 분위기가 좀 더 올라갈 수 있게, 내가 팀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게 하겠다. 아버지 말씀대로 쫓기지 않고 어디에서든 행복하게 인생을 살고 싶다. 쫓기다 보면 내 자리로 돌아갈 것 같다. 아버지 뜻대로 즐겁게 하고 싶다"라고 했다.

[임찬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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