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파이프라인', 기름 대신 속만 터지네 [김나라의 별나라]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재미가 흐를 틈 없이 막혀도 제대로 꽉 막혔다. 작정하고 관객들 속만 터지게 만든 '파이프라인'이다.

오늘(26일) 개봉한 영화 '파이프라인'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 그들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를 그린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 '강남 1970'(2015) 등을 연출한 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국내 최초로 '도유 범죄' 소재를 다룬 범죄오락 영화로 호기심을 자극했던 바. 그러나 첫 시도가 무색하게, 참신한 결과물로 이어지진 않았다. '충무로 스토리텔러' 유하 감독의 오랜만의 신작으로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턱 없이 부실한 만듦새로 참담한만 안길 뿐이다.

러닝타임 108분, 영화 시작과 동시에 '파이프라인'의 허점이 들통난다는 게 더욱 당황스럽다. 구구절절 설명조 대사와 파이프라인을 타고 기름이 흐르는 CG가 반겨주는데, 소재 자체가 영화적 흥미를 끌어당길만한 힘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확인시켜준다. 범죄오락액션 장르의 쫄깃한 묘미는 반복되는 CG 장면과 설명으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며 극 초반부터 실종, 길을 잃고 헤매니 엔딩 크레디트가 이토록 반가울 수가 없다. 게다가 도유 범죄가 최초의 시도라고 하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이미 영화 '도굴'(2020)에서도 본 적 있는 재탕 수준이라 지루함을 더한다.

'막장 팀플레이'라고 내세운 도유꾼 캐릭터들 설정은 더 가관이다. 주인공 핀돌이(서인국)부터가 이렇다 할 매력 없는 캐릭터이다 보니 그를 따르는 프로 용접공 접새(음문석), 나과장(유승목), 큰삽(태항호), 카운터(배다빈) 등은 볼 것도 없다. 허세, 신파, 아재 개그 등 촌스럽고 낡은 설정에 갇혀 불협화음을 낸다.

'파이프라인'을 향한 평단의 혹평 세례에 악역인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도 한몫 거든다. 잔뜩 힘을 준 이수혁의 부자연스러운 연기와 총기 액션 남발로 성의 없이 구축된 악역에 헛웃음마저 차단시킨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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