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을 묶어라' 시대 앞서간 전규삼 선생 전기 출간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50여년 전에 농구 스킬 트레이너가 있었다면? 시대를 앞서간 농구 지도자 전규삼 전 송도고등학교 농구부 코치의 스토리가 나왔다.

실화 전문기획사 팩트스토리는 12일 "전규삼 코치의 전기논픽션 <오른손을 묶어라-시대를 앞서간 농구코치 전규삼>이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동시에 출간됐다"고 밝혔다.

이 논픽션은 송도고 후원회와 전 코치의 제자, 농구팬 등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후원해 제작됐다. '농구학자' 손대범 농구전문기자가 저자다.

손 기자는 세 가지 측면에서 1960년대~90년대 활동했던 전 코치의 활동과 삶을 조망했다. 첫째 혁신가다. 전 코치는 '1호 스킬 트레이너'라는 별명을 갖고있다. 김현중 퀀텀스킬스 랩 트레이너는 "어쩌면 대한민국 제1호 스킬 트레이너는 할아버지였을지도 모른다"라고 밝혔다. 전 코치는 1960년대 중반에 제자에게 왼손 드리블을 가르치기 위해 오른팔을 묶게 했다. 농구선수로 성공하려면 왼손 오른손을 다 써야 한다는 취지였다.

둘째 전략가로서의 면모다. 1960년대 중반 농구선수가 185cm면 장신이었다. 원치 않아도 센터를 보는 일이 많았다. 전 코치는 키 큰 송도고 제자들에게 외곽 플레이도 훈련시켰고, 하나의 포지션에 묶어 두지 않았다.

셋째 인격의 리더십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계에 구타가 존재하던 시절 전 코치는 구타를 엄금했다. 또 타학교와 달리 농구부 선수들에게 수업을 듣게 했다. 손 기자는 "실화영화 <코치 카터>는 흑인 선수들에게 공부와 인성 교육을 강조한 미국 리치몬드 고교 농구부 코치를 다뤘다. 전규삼 코치는 한국판 <코치 카터>라 할만하다"라고 말했다.

전 코치는 1915년 9월26일 개성에서 태어났다. 식민지 시대 송도고의 전신인 송도고보(고등보통학교)에서 농구를 접했다. 한국전쟁 당시 월남해 새로 개교한 송도고등학교에서 1961년~1996년 농구부 코치를 역임했다. 1965년 전국체전 우승, 63년 준우승 등을 기록했다. 유희형, 이충희, 김동광, 강동희, 신기성 등 명가드들의 스승으로 유명하다.

창의적 플레이와 스킬 트레이닝이 최근 농구계의 화두가 되면서 전 코치의 지도철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송도고를 졸업한 농구선수 김승현은 "전규삼 할아버지가 개인기와 기본기를 충실히 가르쳐준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손 기자는 "기본기에 바탕해 창의성을 강조한 그의 지도 방식은 2010년 이후 한국에 불어닥친 스킬 트레이닝의 시초가 아닐까. 야구 논픽션 <머니볼>처럼, 전 코치 스토리에는 특정 스포츠 이야기를 넘어 혁신에 대한 보편적 고민도 담았다"라고 밝혔다.

손 기자와 팩트스토리는 지난해 12월 14일~올해 1월 11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책 제작을 위한 펀딩을 진행했다. 송도고 후원회, 농구팬 등 216명이 모두 1,022만 6550원을 후원했다. 후원자들에게 종이책이 우선 배송된다. 개별적으로 구매하려는 독자는 콘텐츠 플랫폼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사볼 수 있다. 종이책은 예스24에서 구매 가능하다.

[전규삼 코치. 사진 = 송도고 농구부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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