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현대 유니콘스 홈런왕은 위기의 롯데를 살릴수 있을까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올해 초반부터 최하위를 맴돌고 있는 롯데가 결국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롯데는 11일 허문회 감독과 결별하고 래리 서튼 퓨처스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선임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롯데 구단은 "서튼 감독이 그동안 퓨쳐스 팀을 이끌며 보여준 구단 운영 및 육성 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세밀한 경기 운영과 팀 체질 개선을 함께 추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서튼 감독을 선임한 배경을 밝혔다.

서튼은 KBO 리그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이미 선수 시절 KBO 리그에서 외국인타자로 커리어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것도 잠시 스쳐간 인연이 아니었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입성한 서튼은 타율 .292 35홈런 102타점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당시 리그에 유일한 30홈런 타자로 2위 심정수(28개)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뉴욕 메츠 감독을 지낸 뒤 성추문으로 LA 에인절스에서 쫓겨난 미키 캘러웨이도 서튼과 함께 현대에서 뛰던 시절이다. 당시 캘러웨이는 16승을 거뒀다.

현대는 당연히 서튼과 재계약을 했고 서튼은 2006시즌에도 KBO 리그에서 뛰었다. 그런데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오른쪽 팔꿈치 부상 여파로 성적이 주춤했다. 타율 .266 18홈런 61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장타력 하나는 살아 있었다. 서튼은 2007년 KIA 타이거즈의 부름을 받았다. KIA는 서튼이 팔꿈치 부상에서 완쾌된 점을 고려해 2005년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서튼은 타율 .274 3홈런 10타점에 그치고 한국을 떠나야 했다.

서튼의 이름이 다시 조명을 받은 것은 지난 2019년 9월이었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을 선임해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례적으로 감독 후보를 보도자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롯데가 공개한 감독 후보 3명은 제리 로이스터, 스캇 쿨바, 그리고 서튼이었다. 결국 롯데는 허문회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했지만 서튼을 퓨처스팀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롯데의 미래'를 맡겼다.

서튼 감독은 지난 해 롯데 2군을 이끌며 36승 36패 8무로 북부리그 3위를 차지했다. 롯데가 지난 해 건진 보석 중 하나가 바로 오윤석이다. 오윤석은 지난 해 퓨처스에서 타율 .345 4홈런 25타점을 기록했으며 1군에 올라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는 등 타율 .298 4홈런 32타점을 남기며 이제는 1군 붙박이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KBO 리그 외국인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1군 감독직에 오른 서튼 감독. 한국에서 선수 시절을 경험한 것을 토대로 퓨처스팀 감독으로서 유망주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것을 접목해 1군에서도 롯데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래리 서튼 롯데 신임 감독의 현대 시절 타격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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