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들더라고요” 전성현의 ‘폭풍 성장기’, 이제야 웃는 사령탑 [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그만 대들어’라고 하니 ‘조금만 더 대들게요’라고 하더라고요.” 김승기 감독이 리그 최정상급 슈터로 성장한 전성현(30, 189cm)과 관련해 남긴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안양 KGC인삼공사 슈터 전성현은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를 기점으로 리그 최정상급 슈터로 공인받았다. KGC인삼공사의 V3를 논하는 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대단히 핵심적인 역할을 소화했다.

전성현은 중앙대 재학시절부터 탁월한 슈팅능력을 보여줬지만, 공격루트가 제한적이었다. 수비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전성현은 데뷔 후 시즌을 거듭할수록 단점을 채워나갔고,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51경기 평균 24분 12초 동안 11.4득점 3점슛 2.6개로 맹활약했다. 군 제대 후 12경기만 치른 지난 시즌을 제외하면, 데뷔 첫 두 자리 득점이었다. 3점슛 1위를 차지한 것도 데뷔 후 처음이었다.

전성현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10경기에서 평균 28분 42초 동안 13.4득점 3점슛 2.6개(성공률 38.2%)를 기록했다. 특히 전주 KCC와의 챔프 3차전에서는 6개의 3점슛을 몰아넣으며 KGC인삼공사의 통산 3번째 챔프전 우승, KBL 역대 최초 플레이오프 10연승 우승에 기여했다.

김승기 감독은 전성현에 대해 “입대 전까지는 수비가 너무 약했지만, 지금은 내가 원하는 수비의 길을 다 알고 있다. 예전에는 못했던 부분까지 커버한다. 공격에서의 활동량도 늘어났다. 슛은 원래 손규완 코치에게 맡겼는데, 이제는 위력적인 돌파도 보여준다. 스스로 노력, 연구를 많이 해서 이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승기 감독은 전성현을 두고 문경은 전 서울 SK 감독과 견줘도 될 정도의 슈팅능력이라는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문경은 전 감독은 KBL 역대 최다인 통산 1,669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3점슛과 관련해 큰 획을 그었던 국가대표 슈터였다.

전성현은 “우승과 관련해 자랑스러운 기록을 남긴 팀에 제 이름도 올라가는 게 너무 좋다. 목표대로 3승-3승-4승으로 딱 우승을 이뤄 너무 기분 좋다”라고 말했다. 전성현은 이어 “플레이오프를 거듭하며 상대팀에서 제일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나를 수비하는 게 느껴졌다”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상대팀의 경계대상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벌써부터 내년 FA 최대어 가운데 1명으로 거론될 정도다.

김승기 감독은 더불어 후일담도 전했다. “(전)성현이와 얘기도 많이 나눴지만, 싸운 적도 있었다. 많이 싸웠다.” 김승기 감독의 말이다. 김승기 감독은 이어 “한 번은 ‘그만 대들어’라고 하니 ‘조금만 더 대들게요’라고 하더라”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전성현은 이에 대해 전하자 “경기 중 제가 제일 많이 대들었던 선수일 것”이라고 운을 뗐다. 전성현은 이어 “현대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때였다. 원래 역할이 무빙슛을 던지는 건데 드리블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상대가 너무 붙어서 드리블을 안 할 수 없었다. 공 주고 움직이라고 하셨는데, 나는 그렇게 하기 싫었다. 그래서 사실 4강은 안 풀렸다. 적과 싸워야 하는데 감독님과 싸웠다”라며 웃었다.

물론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전성현은 “감독님이 그동안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하셨었는데, 이제는 별다른 말씀을 안 하신다.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신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전성현(좌).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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