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X박보검 '서복'…지루할 만큼 잔잔한, 그래서 성공적인 영화 [오윤주의 창문]

[마이데일리 = 오윤주 기자]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나도 뭐가 되고 싶어도 돼요?"

복제인간을 주제로 다루며 큰 바람을 예고했던 '서복'. 단순히 한국 SF영화의 새로운 도전이란 점 외에도 영화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서복'이 '잘 만든' 영화인 건 왜일까.

# 예상을 깬,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가까운 전개

SF, 복제인간, 전직요원. 키워드만 놓고 보면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가 떠오르지만 '서복' 속 민기헌(공유)의 액션 신은 싱겁게 끝난다. 단, 스펙터클한 액션에만 집중했다면 '서복'의 깊은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공유는 '아이유의 팔레트'에 출연해 "요즘은 모든 게 '재미있다', '재미없다'로만 나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사람들이 지치고 힘드니까 그렇다. 그러나 음악도, 영화도 모두 말하고자 하는 배경이 있다"던 공유다. '서복'이 가진 의미를 정면으로 관통한다.

영화는 민기헌과 서복(박보검)의 대화를 통해 '왜 죽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서복이 "왜요? 왜 그래야 해요?"라고 마침표 없는 질문을 쏟아내는 건, 누구라도 자신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누구나 죽고,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두려움이 우리를 살게 한다. 사람은 언젠가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하루를 아끼고 내일을 기대한다.

# 웃음 하나 없는 대화들, 탄탄한 내공으로 돋보인 연기력

영화의 대부분은 공유와 박보검, 두 사람의 장면으로 채워진다. 그 둘의 '눈빛'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원한 시간을 살아가는 서복과 한정된 시간을 선고 받은 민기헌. 두 사람의 온도 차이는 극명하다. 민기헌의 눈빛은 복잡한 마음을 비추지만 서복의 눈빛은 공허함 그 자체다.

웃음과 눈물이 가장 쉬운 표현 아니었을까 생각 들 정도로, 제한된 감정 표현이 도리어 연기력을 돋보이게 한다. 건조한 표정으로 일관하지만, 서복은 그 안에서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아파한다. 박보검은 서복이 됐다. 그는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조차 박탈 당한 채 살아온 서복을 아름답게 그렸다.

'서복'을 보며 마음이 울렸다면, 또는 '지루하다'고 느꼈다면 영화는 성공한게 아닐까. 화려한 액션이라는 껍데기가 덮지 않았기 때문에 알맹이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 '서복'이다.

[사진 = 영화 '서복' 스틸]

오윤주 기자 sop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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