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구 "'낙원의 밤', 첫 상업영화 주연작…'내성적인 갱스터'란 반응 기억 남아" [인터뷰 종합]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배우 엄태구가 첫 번째 상업영화 주연작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난다. '누아르의 대가'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을 통해서다.

'낙원의 밤'에서 상대 조직을 피해 제주로 향하는 태구 역을 연기한 엄태구를 14일 오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낙원의 밤'은 조직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신세계'(2013), '마녀'(2018) 등을 성공시키며 누아르의 새 지평을 연 박훈정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유일하게 초청돼 유수의 해외 평단으로부터 극찬받았다.

엄태구는 범죄 조직의 에이스지만 한순간 라이벌 조직의 타깃이 되어 낙원의 섬 제주를 찾는 태구로 분했다. 모두가 탐내는 베테랑 조직원 태구는 잔인하고 냉혹하지만, 인간 태구는 서툴고 내성적이며 따뜻한 면모를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다.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해 영화 '잉투기'(2013)로 얼굴을 알린 엄태구는 '차이나타운'(2014), '베테랑'(2014), '밀정'(2016), '안시성'(2017), '판소리 복서'(2019) 등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그럼에도 주연으로서 가진 부담감을 고백한 그는 "초반에 누나와 조카를 잃고 시작이 되는데 제주에서 촬영할 때 그 감정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캐릭터 이름이 태구라고 적혀 있어서 놀랐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또 "감독님과 전여빈, 차승원, 박호산 배우 등이 계셔서 부담을 조금 덜었다"고 했다.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9kg 증량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엄태구는 "감독님께서 복도 신에서 등장할 때 얼굴만으로 캐릭터의 서사가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전해주셨다. 찌듦, 지침, 누나의 병, 조카에 대한 걱정을 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피부가 거칠어 보이도록 스킨, 로션을 바르지 않고 입술이 트도록 립밤도 바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청자가 감정선을 잘 느껴져야 해서 디테일하게 잡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 제주 촬영에 텀이 있었는데 감정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복기하고 돌이켰다"고 이야기했다.

삶의 벼랑 끝에서 선 재연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에 대해서는 "'밀정' 때 잠깐 마주쳤었다. '죄 많은 소녀'(2018)가 나왔을 때 '연기 괴물'이라는 기사를 봤다. 영화를 보니 딱 그 표현이 맞더라. 정말 '연기 괴물'이었다. 연기도 잘하고 좋은 사람이다"라고 극찬하며 "전여빈 배우가 총 쏘는 장면을 좋아한다. 제주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 바람이 전여빈 배우의 머리카락을 가리는 첫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떨림과 긴장감, 새로움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박훈정 감독 덕분에 전여빈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했다. 엄태구는 "매일 저와 전여빈 배우를 불러서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사주셔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됐다"라며 "전여빈 배우와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영화는 극장을 거치지 않고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엄태구는 이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큰 화면과 좋은 사운드로 극장에서 보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OTT를 통해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시청할 수 있게 돼 신기한 경험이었다"라고 전했다.

영화 공개 이후 시청자 반응을 찾아보기도 했다고. 그는 "'내성적인 갱스터'라는 표현을 처음 들어봤다. 새롭고 기억에 남는 반응이었다"라며 "부모님께서도 재밌다고, 잘했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형 엄태화 감독을 언급하며 "길게 말은 안 하는데 항상 답은 비슷하다. '좋은데?', "괜찮은데?'다. 나쁜 말 잘 안 해준다"라고 밝혔다.

"만족스럽게 살아있는 연기를 하고 차에 탔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엄태구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묻자 "한 작품 한 작품 누가 되지 않게 잘해나가고 싶다"라며 겸손해했다.

촬영이 없을 때는 반려견 '엄지'를 보고 시간을 보낸다며 소탈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부모님께서 찍어주시는 강아지 엄지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며 웃는다. '동물농장'에서 불러주시면 나가보고 싶다. 애청자라 자주 본다. 동물과 함께하면 재밌을 것 같다"라고 웃었다.

한편 영화 '낙원의 밤'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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