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밤', 뻔하지만…전여빈 연기의 황홀경 [김나라의 별나라]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안타깝게도 '낙원의 밤'이 이에 해당됐다.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은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그는 '신세계'(2013), '마녀'(2018)로 한국 누아르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두터운 마니아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낙원의 밤' 역시 연출은 물론, 각본을 맡았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 태구(엄태구)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 재연(전여빈)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유일하게 초청된 한국 작품.

박훈정 감독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정통 갱스터 누아르물이지만, '신세계' '마녀'와 같은 신선한 충격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낙원의 밤' 속 하이라이트 장면인 자동차 안 액션신은 '신세계'의 엘리베이터 신만 한 감흥을 주지 못하고, 결말에 이르러 재연의 폭주는 '마녀'의 잔혹한 인간병기 잔상을 끄집어내며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

전형적인 누아르 클리셰 범벅으로 120분을 달려가놓고 마지막 10분, 회심의 한 방이라고 날린 반전에 '마녀'의 잔상들이 뒤엉켜 버리니 짜릿한 쾌감보다 아쉬운 뒷맛을 남긴다. 익숙한 서사 탓에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제주도의 풍광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럼에도 '낙원의 밤'을 봐야 하는 이유를 꼽자면, 배우들이 놓쳐선 안 될 명품 열연을 펼쳤다는 것. 엄태구와 차승원은 서로 반대편인 조직 세계에 몸담고 있는 태구, 마 이사 역할을 각각 맡았다. 두 사람 모두 뻔한 조폭 캐릭터를 독보적인 아우라로 색다르게 표현해냈다. 마냥 카리스마를 폭발하기보다 섬세하게 절제된 감정 연기를 자유자재로 그려 역할의 입체감을 배가시켰다.

특히 여주인공 전여빈은 괜히 대세가 아님을 증명한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방영 초반, 코믹 연기가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을 비웃 듯 폭넓은 스펙트럼과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케 하는 존재감을 내뿜었다. '빈센조'의 독종 변호사 홍차영을 기어코 제 옷처럼 찰떡 같이 소화해낸 것처럼 '낙원의 밤'의 재연 역시 전여빈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히 흡수했다.

극 중 전여빈은 제주도에서 무기상을 하는 삼촌 쿠토(이기영)와 함께 살고 있는 재연으로 분한 바. 어떤 상황에서도 초연한 태도를 잃지 않는 캐릭터를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 연기, '낙원의 밤'의 비정한 드라마를 더욱 짙게 끌어올리는 맡은 몫 그 이상을 해냈다.

'낙원의 밤'은 오늘(9일) 오후 4시, 오직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사진 = 넷플릭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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