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충수 뒀던 KGC, 설린저는 ‘신의 한 수’ 될까? [MD이슈]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기대만큼 우려도 컸던 크리스 맥컬러 영입은 실패로 돌아갔다. 상위권 경쟁 중인 KGC인삼공사는 결국 마지막 남은 외국선수 교체 카드를 꺼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최근 맥컬러의 대체외국선수 자레드 설린저(29, 206cm) 영입을 확정지었다. 설린저는 자가격리 해제 후 선수단에 합류했다. 다만, 아직 비자발급 절차가 남아있다. 빠르면 오는 11일 서울 삼성과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가 설린저의 KBL 데뷔전이 된다. 비자발급이 예정보다 미뤄지면, 주말에 첫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퇴출 대상은 맥컬러였다. 지난 시즌에 폭발력을 뽐냈지만, 반월판 손상으로 KGC인삼공사를 떠났던 맥컬러는 올 시즌 중반 얼 클락의 대체외국선수로 KGC인삼공사에 돌아왔다. 맥컬러의 컴백에 대해선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수술을 받은 무릎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 해도 플레이 스타일상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맥컬러는 내외곽을 오가는 폭발력에 뛰어난 탄력을 지닌 스코어러지만, 기복이 컸다. 슛 셀렉션도 안정적인 편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은 상대적으로 기복이 덜한데다 다재다능했던 브랜든 브라운이 함께 했기 때문에 맥컬러의 단점도 최소화될 수 있었다.

우려 속에 KGC인삼공사로 돌아온 맥컬러는 결국 기대에 못 미쳤다. 21경기 평균 19분 46초 동안 12.4득점 6.3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야투율은 40.2%에 그쳤다. 3점슛 성공률은 23.7%에 불과했다. 수비에서의 한계도 명확해 국내선수들의 부담까지 가중됐다. KGC인삼공사가 맥컬러 퇴출을 결정한 배경이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지난 시즌 경기력이 좋았기 때문에 맥컬러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고, 기회를 주며 기다렸다. 하지만 기록, 매치업을 보며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감독님 역시 홀로 결정하는 데에 부담이 따르는 만큼, 선수들과 미팅을 한 후 최종 결정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의 선택은 설린저였다. “외국선수에 대한 각 팀들의 눈높이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조나단 모트리(전자랜드)처럼 설린저도 계속 NBA에 도전해보겠다고 했지만, 시즌이 2개월 정도 남아서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12월~1월이었다면, 미국이나 유럽리그에서 이름값 있는 외국선수를 데려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KGC인삼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설린저는 단순히 NBA(미프로농구)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 수준이 아닌 외국선수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NBA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2012 NBA 드래프트 전체 21순위로 보스턴 셀틱스에 지명된 설린저는 이후 토론토 랩터스-피닉스 선즈를 거쳐 2016-2017시즌까지 NBA에서 뛰었다. NBA 통산 269경기에서 평균 10.8득점 7.5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CBA(중국프로리그) 랴오닝 플라잉 레오파즈에서 뛴 후 약 2년간 이후 프로무대에서 이렇다 할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NBA리거 시절 ‘게으르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데다 부상 이슈도 있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 역시 “그 부분 때문에 최종적으로 고민했다. NBA 경력이 끊긴 이유도 부상이었고, 2019년 도중 CBA 팀에서 나왔다. NBA 캠프에 참가하며 도전을 계속 해왔지만, 실전감각에 대해선 우려가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KGC인삼공사는 NBA리거 시절 보여줬던 기량, 체중 감량으로 부상 재발 우려를 줄였다는 데에 있어 설린저 영입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실제 팬들은 전성현이 SNS에 게재한 영상 속 설린저를 두고 “정말 설린저가 맞는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설린저는 그만큼 눈에 띄게 체중이 감량된 모습으로 선수단에 합류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설린저는 과체중으로 인해 몸에 무리가 따랐고, 이게 부상에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때 140kg까지 나갔지만, 우리가 영입을 추진할 때 전달받았던 체중은 117kg이었다. 어제는 115kg가 나왔다. 확실히 몸은 가벼워졌지만, 자가격리를 거쳐 조금 더 체중이 빠졌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부상 이슈만 없다면, 설린저는 안정적으로 득점을 쌓을 수 있는 자원이다. 설린저는 NBA리거 시절 힘을 바탕으로 뛰어난 포스트업 능력을 보여줬고, 중거리슛 능력도 지녀 활용도가 높은 센터로 커리어를 쌓았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맥컬러에게 폭발력을 기대했지만, 잘 안 됐다. 애초부터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었고, 결과적으로 복권은 꽝이 된 셈이다. 설린저는 내외곽 공격 모두 가능하다. 포스트업 기술을 갖고 있어 보다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줄 것이다. 플레이오프는 한 골 싸움이고, 상대팀들 모두 골밑이 강하다. 그동안 오세근이 빅맨인 외국선수를 막았고, 수비 로테이션으로 인한 과부하도 있었다. 버텨주는 수비는 설린저가 얼 클락 이상으로 해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이어 “파울을 얻어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적응한다면 상대 입장에서 골치 아픈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비보다 공격에 중점을 두고 영입했지만, 1대1 수비도 맥컬러 이상은 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맥컬러 영입은 결과적으로 KGC인삼공사에 자충수가 됐다. KGC인삼공사는 맥컬러와 함께 한 21경기에서 10승 11패에 그쳐 선두권 진입에 실패했다. 맥컬러만의 문제라 할 순 없겠지만, 맥컬러와 함께 한다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도 한계가 명확해보였던 것도 분명한 바다.

설린저 역시 어느 정도 위험부담이 따르는 선택이지만, 물음표를 모두 지운다면 KGC인삼공사는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수를 띄우기에 충분한 전력을 구축하게 된다. 설린저 영입은 통산 3번째 우승을 노리는 KGC인삼공사에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자레드 설린저(상), 크리스 맥컬러(하). 사진 = 마이데일리DB, AFPBBNEWS]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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