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하는 게 아니다" 키움에 좋은 선배 이용규가 있다[MD스토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야구는 개인스포츠이면서 단체스포츠다. 내가 동료보다 잘 해야 성공할 수 있지만, 나만큼 동료도 잘 해야 팀도 잘 할 수 있다. 팀이 잘 돼야 자신의 가치도 더 올라간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동료애와 정이 녹아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시너지를 낸다.

때로는 코치의 어드바이스보다 선배의 한 마디가 와 닿는다. 기술 전수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사소한 팁을 공유, 개인이 아닌 팀으로 단단해진다. 알고 보면 야구를 잘 하는 것은 물론, 리더십과 넓은 마음을 가진 선배가 많은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

키움 히어로즈는 전통적으로 전력 대비 좋은 성적을 냈다. 구단 안팎으로 잡음도 많았지만, 덕아웃 케미스트리는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았다. 지금도 오주원, 박병호, 이지영 등 고참들이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끈다. '나를 따르라'가 아닌, 솔선수범과 부드러운 리더십이다.

투수들이 잘 따랐던 선배 김상수(신세계)가 떠났지만, 새로운 선배 이용규가 입단했다. 한화 이글스에서 전력 외 통보를 받았지만, 키움은 야수진의 또 다른 리더를 필요로 했다. 내야에 비해 여전히 외야가 빈약한 것도 사실이다.

이용규가 정상적으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면 키움 공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김상수의 퇴단, 이영준, 한현희, 조상우의 부상 등 악재가 가득한 키움의 희망요소다.

그런 이용규가 키움의 또 다른 좋은 선배로 자리매김할 기세다. 키움에 오자마자 곧바로 야수 최고참이 됐다. 국가대표 외야수 겸 테이블세터로 산전수전을 겪었다. 후배 외야수들에겐 좋은 참고서다. 외야수 전향 2년째를 맞이한 임지열은 최근 이용규의 이런저런 조언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용규는 지난달 26일 고척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내야에서 외야로 가는 걸 쉽게 보는 경향도 있다. 막상 해보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위축되면 안 된다. 실수가 나와도 어차피 연습으로 커버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용규는 외야수로 경험이 부족한 임지열의 고충을 잘 이해한다. "수비에 나가면 불안한 심리가 있을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이 긴장할 수 있는데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조언해줬다. 덜 긴장하고 몸이 경직되지 않아야 한다. 지열이는 힘도 좋고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했다.

그러나 이용규는 후배들에게 무작정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사소한 조언도 결국 코치의 영역과 겹칠 수 있다. 이용규 역시 외야 경쟁을 해야 하는 선수 신분이다. 그는 "고참이라고 말로 뭐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라운드에서 내 플레이를 열심히 하는 게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이다. 말로 하는 게 선배가 아니다"라고 했다.

단, 이용규는 후배들이 선을 넘는 부분이 있다면 침묵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말 아닌 부분이 있다면 주장 박병호에게 잘 얘기를 하려고 한다. 팀이 끈끈해질 수 있게 파이팅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게,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려고 한다"라고 했다.

시즌 준비는 순조롭다. 이용규는 "(고척돔 캠프)날씨에 관여 받지 않으니까 좋다. 잘 소화하고 있다. 연습경기나 시범경기까지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감각을 익히고 다치지 않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몸 상태는 굉장히 좋다"라고 했다.

[이용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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