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 꿈꾸는 키움 이승호, 기복 줄이기 위한 구체적 노력[MD이슈]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흔들릴 때 금방 다시 잡아야 한다."

키움 좌완 이승호는 2019년 23경기서 8승5패 평균자책점 4.48을 기록, 풀타임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였다.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은 시련의 시즌이었다. 24경기서 6승6패 평균자책점 5.08로 흔들렸다.

기복이 심했다. 경기 도중에도 제구에 기복을 드러내며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하지 못했다. 퀄리티스타트가 8회에 그친 이유였다. 여전히 키움은 이승호를 간판 왼손선발로 생각한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이승호에게 선발 한 자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이승호는 24일 고척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작년에는 생각만큼 안 됐다. 잘 된 시즌도 있고, 안 된 시즌도 겪어봤다. 안 좋을 때 어떻게 해야 하고, 좋을 때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흔들릴 때 금방 다시 잡아야 한다. 좋다가 한 순간에 갑자기 무너진 게 좋지 않았다. 기복이 심했다"라고 했다.

기복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 구체적 노력을 한다. 일단 변화구 업그레이드다. 이승호는 140km대 초반의 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주무기다. 그는 "다른 구종을 더 만든다기보다 체인지업 다음의 공, 커브와 슬라이더를 체인지업만큼 주무기로 쓸 수 있게 연습 중이다. 커브와 슬라이더가 안 되면 마운드에 못 올라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패스트볼이 타자를 압도할 정도의 위압감은 아니다. 최근 신인 장재영을 보고 농담을 섞어 "어떻게 하면 공을 빠르게 던지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대신 변화구의 품질을 높여 타자와의 승부에 주도권을 잡으려고 한다. 바람직한 노력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디테일하게 접근했다. 이승호는 "구속도 구속인데 변화구와 직구 구사비율을 생각해봤다. (컨디션, 투구내용)좋을 때는 직구 비율이 높았고, 안 좋을 때는 변화구 비율이 높았다. 중간지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른바 '피치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다. 단순히 구속, 변화구 자체의 품질에 중점을 두는 게 아니라 효율적인 투구를 추구하는 것이다. 트래킹 데이터 시대다. 이승호가 그동안 던진 공의 릴리스포인트, 움직임 등을 디테일한 데이터로 측정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투구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과학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

이승호는 "보통 이지영 선배가 볼배합을 주도한다. 맡기는 편이다. 물론 내 생각도 들어간다. 아직 지영 선배와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요즘 투수코치님에겐 생각나는 게 있으면 얘기하고 물어보고 있다"라고 했다.

이승호는 다시 경쟁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에 대한 욕심도 있다. "아직 키움 선발진에 내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기량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운 좋게 또 국가대표팀에 가게 되면 좋을 것 같다. 이젠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아니라, 무조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이승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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