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가 '좋은 엄마'가 되는 과정 [권혜미의 회전문]

[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좋은 엄마란 무엇일까'란 다소 추상적인 질문에, 방송인 사유리는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해 11월 4일, 사유리가 일본의 정자은행에서 한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위 '자발적 비혼모'가 된 사유리는 산부인과에서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혼임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결심한다. 아이를 원한다는 이유로 결혼 상대를 급하게 찾거나, 사랑없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엄마가 된 사유리에게 사람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의 말을 전했다. 고정관념의 틀을 깬 사유리의 선택을 존중했고, 힘들게 찾아온 축복인 만큼 그녀의 행복을 기원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통념과는 동떨어져 있는 방식이었기에, 곳곳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아빠가 없다는 사실이 자칫 아이에게 결점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사유리에게 젠은 완벽한 아이였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가 높은, 서양 국적의 혼혈 아이에게 사유리는 '나의 전부'라는 뜻의 '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에 '엄마, 사유리'라는 이름으로 젠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영상 속 사유리는 여느 평범한 엄마와 다를 바 없다.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고, 낯설고, 더디다. 임신 후 달라진 몸 상태에 겁을 먹기도 하고, 아이를 안는 법부터 기저귀 가는 법, 목욕시키는 법, 분유를 먹이는 법 등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유리에겐 엄마로서의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 그는 아이가 어떻게 컸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공부 못해도 된다. 공부나 그런 것보다 비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약자한테 잘해주고 착하고 예의 바른 아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동시에 '아빠가 없어서 아기가 불쌍하다'는 차가운 시선에 대해선 "아들이 불쌍하다 아니다 정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도 아니고. 아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정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왜냐하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행복해 보여요'라고 해도 그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은 거다. 그런 건 스스로 결정하는 거다. 저는 아들이 20살이 돼서 '나 외롭다', '불쌍하다' 느끼지 않게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이를 키우는 데 타인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으며, 아이 스스로의 감정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것, 그리고 아이가 온전히 행복을 느낄 수 있게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노력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엄마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사유리는 육아에 필요한 중요한 가치들을 분명히 정립해왔다.

'비혼모'라는 수식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되겠지만, 확실한 방향을 향해 걸어가는 사유리의 발걸음은 위태로워 보이지 않고 언제나 당당하다. '자발적 비혼모'를 넘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사유리의 여정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사유리 인스타그램, 유튜브 '사유리TV' 화면]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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