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B급 '펜트하우스' 씹어먹은 연기의 품격 [명희숙의 딥썰]

[마이데일리 = 명희숙 기자] 배우 김소연이 스스로의 연기 세계를 확장했다. 평면적일 수 있는 악역 캐릭터를 연기력 하나만으로 품격있는 인물로 끌어올렸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초반부터 자극적인 막장 전개로 주목받았다. 물론 그 중심에는 학창시절 라이벌인 유진의 목을 트로피를 그어버리고, 그의 첫사랑 윤종훈까지 차지하며 올라선 악녀 천서진(김소연)이 있다.

이후 김소연은 엄기준과의 불륜과 조수민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담당하며 극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사실상 '펜트하우스'는 지나치게 비약적이고 자극적인 스토리와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그 안에서 김소연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과장됐다고 여겨질만큼 천서진이라는 인물은 자극적이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누군가의 연인이자 친구로서 뭐하나 일반적인 면이 없다.

하지만 '펜트하우스' 속 김소연은 마치 지난 15회를 달려가기 위해 준비된 사람처럼 후반 십여분에서 끝모를 존재감을 보여줬다. 자신의 불륜과 이혼이 아버지에게 들통난 상황에서 누구보다 절망을 느꼈고, 아버지에게 재단 이사장 자리를 얻기 위해 비굴하게 매달렸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끊임없이 비교당해왔던 서사는 아버지의 죽음을 외면하고 재단 이사장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욕망으로 단숨에 연결된다. 일일드라마에서 볼 법한 스토리지만 김소연은 광기어린 눈빛과 순간순간 격정적으로 변하는 감정선을 흔들림없이 이어나가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한 회의 엔딩 십여분으로 김소연은 단숨에 연말 연기대상 후보로 떠올랐다. 종종 우스워보이기까지 했던 드라마와 캐릭터의 품격을 끌어올렸고, 일반적인 악녀의 경계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진 = SBS 방송캡처]

명희숙 기자 aud666@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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