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김종관 감독 "원작과 다른 질감…부담감보다 창작의 즐거움 컸다" (인터뷰 종합)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감각적인 연출과 아름다운 미장센이 인상적인 '최악의 하루'(2016), '더 테이블'(2017) 등으로 주목받은 김종관 감독(45)이 이번에는 사람에 대한 세심한 시선을 포착했다. 영화 '조제'에서다.

일본의 원작 소설과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각색한 '조제'는 다리가 불편해 세상과 단절된 채 집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살아가는 조제(한지민)와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대학생 영석(남주혁)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3일 오전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가진 김 감독은 "원작 소설과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리메이크를 결정했을 때 원작과 똑같이 가면 의미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 다른 질감의 배우가 진행하는 거라 다른 흐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작자로서 제 개성을 녹여야 더 좋은 리메이크가 될 거로 생각했다"고 했다.

원작과의 차별화를 위해 스토리텔링, 캐릭터 등에 관한 고민이 깊었다는 김 감독은 "'조제'는 사랑에 대한 과정이 길다. 각 인물에게 이별의 책임을 묻는다기보다 많이 아끼고 사랑했지만, 속절없이 흐름에 휩쓸려 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관객이 두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사람과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원작 소재에 그간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다 있더라고요. '나만의 방식을 이용해서 대중 영화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계기로 하게 됐습니다. '조제'를 촬영하면서 부담감보다 창작적인 즐거움이 컸습니다."

또한 김 감독은 "리메이크 영화를 보면 보통 더 밝아지곤 한다. 하지만 조제라는 캐릭터에 트라우마를 줬다. 연상연하의 커플이라서 조제가 밝고 톡톡 튀면 의존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쓸쓸하고 무거워 보일 수는 있다"라며 "클래식 멜로 같은 방향성을 잡아서 가보면 또 다른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의 노래 '자장가'가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삽입됐다. 아이유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페르소나'에서 '밤을 걷다'라는 단편을 연출한 김 감독은 "아이유의 '자장가'가 '밤을 걷다'의 내용으로 만들어진 노래라고 알고 있다. 엔딩 타이틀을 생각하면서 처음엔 그냥 스크롤을 올리는 것을 생각했는데 이 노래가 절묘하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막이 걷어지면 검은 막이 생길 때 사람들의 감정, 영화에 대한 상념이 몰려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유의 '자장가'가 영화의 마침표를 찍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아이유에게 부탁해 동의를 얻었다. 너무 좋아하더라"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한 차례 호흡했던 한지민과 남주혁의 재회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조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배우와 다시 하는 것을 리스크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득이 많았다"라며 "남주혁 배우가 가진 목소리와 표정, 겪어봤을 때 느낀 선한 에너지, 한지민 배우가 가진 깊이 있는 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 둘의 케미가 재밌게 구현될 것 같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캐스팅 계기를 놓고는 "처음 남주혁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줬다. 사석에서 뵀을 때 남주혁 배우의 목소리와 얼굴 느낌이 좋았다. 사람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껴서 캐스팅 의뢰를 하게 됐다"라며 "한지민 배우와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연령대의 조제와 영석을 생각하다가 '조제의 나이가 올라가면 더 깊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열어두고 보니 좋은 조합이더라. 자연스럽게 한지민 배우에게도 시나리오를 드리고 긍정적인 답을 받아 같이 작업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내용이 지금 시대에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한 김 감독은 "관객들이 휴머니즘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 '조제'는 오는 10일 개봉한다.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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