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씁쓸한 자화상, 해명하고·미안하고·신뢰 잃고[MD이슈]

[마이데일리 = 청담 김진성 기자] 씁쓸한 자화상이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이대호 회장이 2일 기자회견을 통해 1일 한 매체의 '판공비 셀프 인상' 보도에 대해 해명했고, 사과했다. 누구도 웃을 수 없는 자리였다. 이대호는 기자회견 말미 "힘들었다"고 했다. 이대호에게 지난 2년은 사실상 등 떠밀려 감투를 쓴 시간이었다.

우선 해명했다. 판공비 '셀프' 인상은 아니었다고 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이대호는 "나는 회장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회장이 될 줄 알았다면 그런 말(판공비 인상)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후배들이 너무 안 하려고 하길래 (누군가 맡아야 하니)조금이나마 올렸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누가 회장이 됐더라도 그 판공비를 받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단, 판공비 인상에 대한 정서적 논란을 간과한 것은 사과했다. KBO리그 선수들은 연봉의 1%를 선수협에 낸다. 결과적으로 KBO리그 최고연봉자(25억원)가 판공비로만 최저연봉(3000만원)의 두 배를 챙겼다. 이 부분은 차기 회장과 이사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판공비를 현금으로 받아왔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보수 명목이었다. 사용처를 확실하게 증명할 방법이 없다. 부정의 온상이 될 리스크가 있다. 그러나 이대호는 판공비를 선수협 관련 업무,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비용으로만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대호는 "법인카드는 사무국에서 활용했다. 나는 받은 적이 없다. 판공비는 현금으로 들어왔다. 관행이었다. 카드를 통해 내용을 정확히 할 수 있게 시정 조치를 해야 할 것 같다. 그걸 캐치하지 못한 건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대호는 후배들, 특히 차기 회장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솔직히 그 자리(회장)가 좋은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잘해도 좋아해주지 않는 자리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일이 터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안 좋게 물러나는 모습이니 다음 회장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했다.

선수협은 10일에 새로운 회장을 발표한다. 이미 투표를 실시했다. 일찌감치 사퇴 의사를 밝힌 이대호는 후보자에서 빠졌다. 이 회장은 해명과 사과를 끝으로 선수협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선수협은 KBO리그의 동반자라는 사실 하나는 변하지 않는다.

수 년 전부터 선수협이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과거 이호준 전 회장이 메리트 논란으로 물러날 때나, 이대호 회장의 마지막 모습은 똑같이 씁쓸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선수협을 향한 팬들과 야구계의 시선은 다르지 않다. 이 부분은 선수협이 반드시 곱씹어 봐야 한다.

일단 바로잡을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 새로운 회장과 이사진이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부분, 판공비의 규모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회장에게 무조건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다만, 자의든 타의든 회장은 책임감과 공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자리인 건 분명하다.

이대호는 선수협에 대해 "너무 힘이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은 열심히 야구를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라고 했다. 결국 선수협이 힘이 있는, 건강한 조직이 되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면서 야구계와 야구 팬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차기 회장과 이사진이 받아들 무거운 과제다.

[이대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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