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에 축하 화환 보냈어요" 양의지의 국경없는 우정 [창간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창원 윤욱재 기자] NC 양의지(33)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안방마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이미 최고 포수의 반열에 오른 그의 2020시즌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NC 투수진을 안정적으로 이끈 것은 물론 타격에서도 타율 .328 33홈런 124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이다. KBO 리그 사상 최초로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포수로 이름을 새겼다.

여기에 NC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제패 또한 이끌었으니 양의지에게 2020년은 평생 기억에 남을 한 해로 남을 것이다. 양의지는 두 팀에서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두산 시절이던 2016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데 이어 2020년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쥐며 진정한 '우승청부사'로 등극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규시즌 개막이 늦어지고 오랜 기간 동안 무관중 체제가 이어졌지만 양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양의지의 2020년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창간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혼란의 시즌과 커리어 하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어린이날(5월 5일)에 겨우 개막한 2020시즌. 양의지도 "혼란스러움 속에 1년이 지나간 것 같다"고 돌아봤다. "경기를 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았고 팬들도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그는 "혼란 속에서도 경기를 하면서 보시는 분들에게 위안을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이런 와중에도 커리어 하이를 작성했다. "미스터리다"는 양의지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앞만 보고 달려갔다. 매 경기를 즐기면서 재밌게 하다보니 끝나고 보니까 좋은 기록이 따라왔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호준 타격코치 등 타격 파트에서도 양의지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지원했다. "컨디션 나쁠 때는 스윙 궤적 등을 지적해주시고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도 상대 투수의 노림수를 많이 알려주셔서 나에게 엄청난 도움이 됐다"는 게 양의지의 설명이다.

양의지는 정말 바쁘게 움직였다. 그라운드에서 실력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기에 덕아웃에서도 '스피커'를 자청했다. "올해 야구장에서 많이 떠든 것 같다"는 양의지는 특히 후배 선수들을 격려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다. "잘 하면 박수도 많이 치고 앞으로 나가서 격려도 해주고 칭찬도 해줬다"는 것이다.

▲ 양의지가 구창모에게 "포수를 이끌 줄 알아야 해"

NC는 올해 한국시리즈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들린다. '영건' 구창모와 송명기의 성장이 그것이다. 전반기를 지배한 구창모, 후반기 승리 요정으로 떠오른 송명기의 등장은 NC의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나도 10년차가 넘었는데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이 선수가 얼마나 성장할지 보이는 것 같다"는 양의지는 "앞으로 롱런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특히 구창모에게 '포수를 이끌 줄 아는 투수'로 성장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구)창모는 내 도움이 없어도 잘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좋은 투수로 성장했기 때문에 포수를 끌고 갈 수 있는 투수가 돼야 한다. 본인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라면서 "구위는 원래 좋았다. 지금은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완전히 다르다. 처음에 대화하면 불안한 마음도 보였고 물음표가 항상 따라 다녔다. 지금은 그것이 확신으로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송명기에 대해서도 "(송)명기는 올해 정신 없이 시즌을 보낸 것 같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덧붙였다.

NC 영건들의 성장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양의지가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양의지가 생각하는 포수 리드의 비중은 어떤 요소로 이뤄질까. "데이터가 30%, 투수의 능력이 40%, 포수의 역할이 20%, 변수가 10%"라는 양의지는 "변수는 당일 컨디션 등을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의지는 "좋은 투수가 좋은 포수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여전한 니퍼트와의 우정 "화환 하나 보냈어요"

사실 양의지가 눈물을 흘린 것은 올해 한국시리즈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그는 수상 소감을 말하다 눈물을 훔쳤다. '영혼의 배터리'였던 더스틴 니퍼트를 떠올리면서 눈물을 흘린 것이다.

니퍼트는 오랜만에 마운드에 등장했다. 두산과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 시구자로 마운드에 오른 것. 니퍼트는 이제 야구 아카데미를 오픈해 후진 양성에 힘을 쓸 계획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시구하는 장면을 봤다"는 양의지는 "야구교실을 새로 열었다고 해서 화환을 하나 보냈다. 언제 서울에 가면 놀러가려고 한다"라면서 "연락을 자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마음 속에 담겨져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라고 우정을 확인했다.

끝으로 양의지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올해 팬들께서도 많이 힘드셨는데 NC가 우승해서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어 선수로서 기분이 좋고 이제는 창원NC파크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양의지. 사진 = 마이데일리 DB, NC 다이노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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