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플렉센, 내년에도 베어스 유니폼? “두산에서 오래 하고파”

[마이데일리 = 고척돔 이후광 기자] 가을야구를 통해 위상을 드높인 크리스 플렉센(26)이 내년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플렉센은 이번 포스트시즌서 두산의 가을 에이스로 거듭났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을 시작으로 플레이오프서 선발에 이어 마무리까지 맡으며 시리즈 MVP의 영예를 안았고, 한국시리즈서도 2차전과 5차전에서 마운드의 중심을 잡았다. 비록 6차전 패배로 우승은 좌절됐지만, 플렉센 개인에게는 분명 뜻 깊은 가을이었다.

지난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플렉센은 “정규시즌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 했다”며 “그래도 한국시리즈라 평소보다 힘이 더 들어가긴 했다”고 말했다.

플렉센은 정규시즌 때만 해도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의 뒤를 잇는 2선발이었다. 전반기를 되돌아보면 간신히 5회를 채우는 경기가 많았고, 7월 중순에는 예상치 못한 발 골절상을 당하며 약 한 달 반을 쉬어야 했다. 그러나 휴식기가 전화위복이 됐다. 10월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5의 압도적 투구를 펼친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기세를 그대로 이어 ‘가을 사나이’로 재탄생했다.

플렉센은 “부상을 당하고 빨리 복귀하기 위해 신체적, 기술적, 정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열심히 재활하고 훈련했다”며 “부상을 당한 뒤에도 쉬지 않고 운동한 게 이번 가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서 가장 돋보인 능력은 탈삼진. 플렉센은 5경기에서 무려 3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31개의 선동열(1989년)을 제치고 포스트시즌 개인 최다 탈삼진 2위에 이름을 새겼다. 1위는 1984년 최동원(롯데)의 35개다.

플렉센은 “몰랐던 사실”이라고 웃으며 “굉장한 성취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이기려고 하다 보니 그런 결과가 따라왔다”고 흡족해했다.

또한 “그 동안 상대와 싸워오면서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의 경험을 느꼈다. 느낌이 달랐다”며 “나도 이런 팀의 일원이 돼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플렉센은 한 시즌 에이스를 담당한 알칸타라를 챙기는 동료애도 뽐냈다. 알칸타라가 있었기에 가을 에이스도 탄생할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지금 주목 받는 게 당연히 행복하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알칸타라가 꾸준히 에이스 역할을 잘해줬기 때문”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제 시선은 플렉센의 내년 시즌 거취로 향한다. 가을야구서 역투를 펼친 덕분에 다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대상이 된 상황. 뉴욕 메츠 유망주 출신인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원소속팀 두산 역시 플렉센과의 재계약을 서둘러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플렉센은 “한국에서 굉장히 축복받은 경험을 했다. 야구뿐만 아니라 음식, 문화, 동료, KBO리그 등 모든 부분에서 나쁜 건 찾아볼 수 없었다”며 “나 역시 두산 팬들의 바람처럼 여기에 남고 싶다. 앞으로 프런트, 에이전트와 거취를 의논하겠지만 두산에서 길게 야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재계약 의사를 밝혔다. 과연 내년에도 34번을 달고 잠실에서 강속구를 뿌리는 플렉센을 볼 수 있을까.

[크리스 플렉센. 사진 = 고척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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