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또 준비해야죠" 신한은행에 소중한 3주가 생겼다[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뭐 하나 또 준비해야죠."

신한은행은 올 시즌 준비를 가장 충실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를 보면, 승패를 떠나 지난 시즌과 확 달라진 부분이 보인다. 공수 활동량, 특히 트랜지션이 굉장히 빠르다. 볼 없는 지역에서의 스크린과 움직임도 상당히 좋아졌다. 수비조직력도 안정감이 있다.

최고참 한채진부터 김수연, 이경은, 김단비로 이어지는 '언니 4인방'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활동량이 떨어져야 정상인데, 철저하게 몸을 만들면서 오히려 몇몇 젊은 팀을 압도했다. 여기에 비 시즌에 타 구단들과의 연습경기를 철저히 배제하면서 '블라인드' 효과를 누렸다. 리그의 평준화, 춘추전국시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정상일 감독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작년에는 다른 팀에서 처음 온 선수들이 급하게 준비했다. 올 시즌은 2년째다 보니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언니 4인방을 제외하고 가장 비중이 높은 김아름과 한엄지도 "언니들이 아픈데 솔선수범한다. 모르는 걸 물어보면 잘 알려준다. 자극을 받는다"라고 했다. 케미스트리도 최상이다.

신한은행이 시즌 초반에 특히 눈길을 끈 게 변형 3-2 지역방어다. 공이 엔드라인과 코너로 빠져나갈 때 트랩과 로테이션으로 스틸을 노린다. 3-2 지역방어의 약점인 코너에 대한 커버를 하면서, 역습을 노리는 전략. 스위치디펜스를 하면서도 엔드라인과 코너에선 트랩을 한다. 홈 개막전서 하나원큐가 제대로 당했다.

결국 공수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4승2패로 휴식기를 맞이했다. 최하위 후보라는 시즌 전 평가가 무색하다. 다만, 아킬레스건은 변하지 않는다. 주전들이 나이가 많고, 가용인력이 적다. 빡빡한 일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1라운드 막판에도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다.

정 감독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몇 가지 조절을 한다. 일단 햄스트링이 썩 좋지 않은 김수연의 출전시간을 최대한 조절한다. 지난달 28일 하나원큐전의 경우 한엄지에게 5번 수비를 맡겨 성공했다.

또한, 3-2 지역방어 사용 빈도를 조절한다. 지역방어는 사용할수록 상대의 적응력도 높아진다. 정 감독도 "감독들이 그걸 모르겠나. 한 번씩 붙어보면 다 안다. 준비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미 KB에 한 차례 크게 무너졌다.

6개 구단에 똑같이 3주간의 휴식기가 주어졌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신한은행에도 소중한 시간이다. 정 감독은 "일단 주전들이 좀 쉴 수 있다"라고 했다. 언니 4인방이 다시 컨디션을 추스르고 준비할 수 있다.

그리고 정 감독은 의미심장한 말 한 마디를 꺼냈다. "뭐 또 하나 준비해야죠"라고 했다. KBL, WKBL 모두 1~2라운드가 지나면 한 번씩 공격패턴과 수비 전술에 조금씩 변화를 준다. 이번에는 3주간 준비할 시간이 있다. 감독들의 플랜B~C 활용 및 이식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사실 올 시즌 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극적인 변화,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몇몇 팀이 있다. 부상, 구력, 스쿼드 등 현실적 제약으로 업그레이드 하지 못한 팀이 있고, 현실적 제약이 덜한데 업그레이드 하지 못한 팀들도 있다. 어쨌든 신한은행보다 돋보이는 팀은 없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지략가 정 감독과 노련한 언니 4인방의 시너지가 돋보인다.

과연 정 감독이 3주간 준비할 또 다른 한 수는 무엇일까. 신한은행에 어떻게 이식하고, 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다른 팀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최근 KBL의 한 감독은 "신한은행 잘 하나요? 상일이 형이 원래 한 칼이 있는 지도자"라고 했다.

[신한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