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윤희상이 후배들에게 "멋있고 화려하게"[MD스토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멋있고 화려하게 비춰지면 좋겠다."

SK 와이번스 우완투수 윤희상은 신망이 두터운 선배였다. 까마득한 후배투수 이원준은 윤희상을 롤모델이라고 했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한솥밥을 먹던 시절 유독 윤희상을 잘 따랐다. 윤희상의 마지막 투구가 끝나자 깜짝 등장, 마운드를 떠나는 형의 앞날을 응원했다.

야구에 대한 진심과 정성이 후배들의 귀감을 샀다. 윤희상은 2019년 7월에 어깨 수술을 받았다. 1년 2개월에 거쳐 재활했다. 9월 13일 고양 히어로즈를 상대로 2군 실전을 가졌다. 2018년 한국시리즈 이후 2년만의 실전. 10월 8일 두산을 상대로 마침내 1군 복귀전까지 치렀다.

윤희상은 지난달 30일 현역 마지막 등판을 앞두고 "수술을 결정할 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번이라도 다시 공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운동했다. 중간에 심한 통증이 와서 (재활을)멈추기도 했다"라고 돌아봤다.

2군 코칭스태프들과 후배들의 격려와 응원에 힘을 냈다. 윤희상은 "결국 2군에서 던졌고, 1군에서도 던졌다. 그것만으로 행복하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등판을 앞두고 "그냥 즐겁다. 감사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등판 전날에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느라 예민해진다. 그러나 정작 마지막 등판 전날에는 아이들과 놀다가 자연스럽게 푹 잤다며 웃었다.

윤희상의 인생경기는 2018년 한국시리즈였다. "그때 우승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불펜 투수로 46경기를 뛰며 1승2패1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5.12. 빼어난 성적은 아니었지만, SK의 한국시리즈 우승 일원이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윤희상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1년이라도 더 하면 좋겠는데"라고 했다. 그러나 윤희상은 "생각을 정리했다. (은퇴를 결심한)지금이 너무 좋다"라고 했다. 야구용품 사업을 구상 중이다. 유소년 지도에도 관심이 있다. 힘겨운 재활을 통과하고 1군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더 이상 현역에 미련은 없다. 시원한 표정이었다.

윤희상은 야구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선배들에게 받은 도움, 들은 얘기들을 후배들에게 많이 해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유니폼을 벗으면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팬들에게 어떤 사람이라고 기억될 정도의 선수는 아니다. 그냥 한 시대의 SK라는 팀을 생각할 때, '저런 선수도 있었구나' 정도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은 평범한 투수였지만, 10개 구단 후배 선수들은 개성과 능력을 한껏 끌어올리길 기대했다. 윤희상은 "2군에 있으면서 생각했다. 우리 팀 뿐 아니라 다른 팀들 선수들도 좀 더 멋있게, 화려하게 비춰지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래야 또 누군가가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우고, 프로야구 시장이 성장한다고 믿는다. 윤희상은 "어린 아이들이 더 큰 꿈을 꾸고, 롤모델로 여길 수 있는 선수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팬들도 많이 생겨야 한다. 지금 각 구단의 2군에서 향후 5년 안에 1군에 올라올 선수들이 있을 텐데, 그 선수들이 (사람들에게)멋있고 화려하게 비춰지면 좋겠다"라고 했다.

겉으로만 화려하게 보이면 된다는 뜻이 아니다. 2군에서 묵묵히 준비하면 기회가 열리고, 1군에서 성장하면 또 다른 누군가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그게 KBO리그의 성장 동력이라고 믿는다. 윤희상도 SK에서 그런 존재였다. SK 선수들은 윤희상이 마지막 공을 던지고 내려오자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윤희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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