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인 한화 송광민 “태균이 형, 고생 많으셨습니다”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잠실 최창환 기자] 덤덤하게 인터뷰를 이어가던 한화 이글스 베테랑 송광민이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최근 은퇴한 김태균 얘기가 나오자 감정이 북받친 듯했다.

송광민은 28일 서울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 대타로 출장, 결승타를 터뜨리는 등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으로 활약했다. 한화는 브랜든 반즈(4타수 2안타 1볼넷 1몸에 맞는 볼 3타점 1득점)의 화력을 더해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7-6 역전승을 따냈다.

한화가 2-6으로 추격한 5회초 1사 2, 3루 찬스서 이성열 대신 타석에 들어선 송광민은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후 볼넷을 골라내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송광민은 한화가 6-6으로 맞선 11회초 2사 1, 2루서 고우석을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송광민은 경기종료 후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가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동료들이 찬스를 만들어줘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앞선 맞대결에서는 변화구에 속아 병살타에 그쳤다. 또 변화구로 승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며 타석에 임한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한화는 KBO리그 최다 타이인 18연패를 경험하는 등 힘겨운 2020시즌을 치렀다. 한용덕 감독이 시즌 초반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결국 10위의 멍에를 썼다. KBO리그 역대 최다패의 수모는 씻었지만, 전체적으로 반성해야 할 부분을 많이 확인한 시즌이었다.

송광민은 “힘든 시즌을 보냈다. 1승, 1승이 얼마나 힘들고 간절한 일인지 알게 됐다. 고참으로서 지나간 일은 잊고 새로운 목표를 위해 노력하겠다. 힘든 상황이지만 다가와준 후배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가슴 아픈 이별도 경험했다. 한화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스타 김태균이 현역 은퇴를 선언한 것. 한화는 마지막 타석의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김태균은 “보다 간절한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는 일”이라며 정중히 거절했다. 최근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는 “한화는 나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이었다”라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송광민은 “(김)태균이 형이 서산에 계시다 보니 소식을 미리 듣지 못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기사로 접했다. 울컥하더라. 은퇴하시니 그동안 태균이 형의 마음이 어땠을지 알 것 같다. 태균이 형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한 발 더 뛰고, 훈련에 더 일찍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덤덤하게 인터뷰를 이어가던 송광민은 감정이 북받친 듯,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울먹인 송광민은 “그날 출근하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많은 선배들의 은퇴를 봤지만, 태균이 형은 팀의 주전으로 많은 경기를 함께 해왔던 사이다. 존경하는 선배이기도 했다. 미우나 고우나 산전수전 다 겪었던 형이 은퇴하셔서 후배로서 많이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송광민은 이어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팀을 더 잘 이끌도록 노력하겠다. 태균이 형처럼 될 순 없겠지만, 최대한 근사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라며 김태균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송광민. 사진 = 잠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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